광주경찰, 숨진 갓난아이 母 구속 안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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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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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경찰이 숨진 갓난아이를 버린 엄마를 구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숨진 갓난아이를 비닐에 담아 사체를 유기한 혐의(시신 유기 등)로 정모(3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아기를 질식시켜 버렸을 가능성도 있는 정황이지만 경찰은 다른 자녀들의 '양육' 때문에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혼 후 홀로 네 아이를 키우는 정씨에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생긴 또 다른 아이는 너무도 버거웠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이가 울지 않아 죽은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양육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며 또 다른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결혼 후 두 차례의 이혼과 사별을 겪으며 정씨는 14살 된 딸과 7살 된 아들, 6살짜리 딸과 4살짜리 막내아들의 부모 노릇을 동시에 해야 했다.

큰아들(21)은 이혼한 전 남편이 키우지만, 식당 일을 하면서 아이 넷을 키운 정씨는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에서 일당을 받는 이른바 '날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조그마한 원룸으로 돌아오면 네 아이가 정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정부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지원받지만,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스무 살이 되기 전 만난 남편과 짧은 결혼 생활을 끝내고 두 번째 남편과 동거를 시작했지만, 그 역시 정씨와 딸(14)을 두고 떠나버렸다.

별다른 교육도 받지 못했고 아이 양육을 떠맡아야 하는 정씨에게 정규직 일자리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용직으로 떠돌다가 세 번째 남편을 만나 조금 더 안정된 생활을 꿈꾸며 살림을 합쳤다. 그러나 그도 몇년 뒤 어린 세 자녀를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씨는 한때 가난의 악순환을 끊고자 독한 마음을 먹고 식당, 배추농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남성과의 관계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하면서 일감도 줄게 됐다.

만삭 때까지도 임신사실을 숨기고 간신히 일을 해온 정씨는 지난 8일 새벽 홀로 딸을 낳았다.

그는 다른 자녀를 살리려고 태어나 울음소리 한 번 못 내고 눈 한 번 못 떠본 신생아를 인근 주차장에 버리는 끔찍한 행동을 한 것을 후회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초기 검시결과를 봤을 때 아이가 호흡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가 비닐봉지에 방치돼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씨가 용서받기 어려운 죄를 저지른 것은 맞다. 그러나 엄마를 잃게 되면 남은 아이들이 또 방치될 수 있어 불구속 수사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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