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부경찰서는 숨진 갓난아이를 비닐에 담아 사체를 유기한 혐의(시신 유기 등)로 정모(3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아기를 질식시켜 버렸을 가능성도 있는 정황이지만 경찰은 다른 자녀들의 '양육' 때문에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혼 후 홀로 네 아이를 키우는 정씨에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생긴 또 다른 아이는 너무도 버거웠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이가 울지 않아 죽은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양육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며 또 다른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결혼 후 두 차례의 이혼과 사별을 겪으며 정씨는 14살 된 딸과 7살 된 아들, 6살짜리 딸과 4살짜리 막내아들의 부모 노릇을 동시에 해야 했다.
큰아들(21)은 이혼한 전 남편이 키우지만, 식당 일을 하면서 아이 넷을 키운 정씨는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에서 일당을 받는 이른바 '날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조그마한 원룸으로 돌아오면 네 아이가 정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정부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지원받지만,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스무 살이 되기 전 만난 남편과 짧은 결혼 생활을 끝내고 두 번째 남편과 동거를 시작했지만, 그 역시 정씨와 딸(14)을 두고 떠나버렸다.
별다른 교육도 받지 못했고 아이 양육을 떠맡아야 하는 정씨에게 정규직 일자리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용직으로 떠돌다가 세 번째 남편을 만나 조금 더 안정된 생활을 꿈꾸며 살림을 합쳤다. 그러나 그도 몇년 뒤 어린 세 자녀를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씨는 한때 가난의 악순환을 끊고자 독한 마음을 먹고 식당, 배추농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남성과의 관계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하면서 일감도 줄게 됐다.
만삭 때까지도 임신사실을 숨기고 간신히 일을 해온 정씨는 지난 8일 새벽 홀로 딸을 낳았다.
그는 다른 자녀를 살리려고 태어나 울음소리 한 번 못 내고 눈 한 번 못 떠본 신생아를 인근 주차장에 버리는 끔찍한 행동을 한 것을 후회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초기 검시결과를 봤을 때 아이가 호흡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가 비닐봉지에 방치돼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씨가 용서받기 어려운 죄를 저지른 것은 맞다. 그러나 엄마를 잃게 되면 남은 아이들이 또 방치될 수 있어 불구속 수사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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