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락실 노인 모임장소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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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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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때 10대들의 아지트였던 오락실이 이제 노인들의 모임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가 폭발적으로 보급되는 것을 지켜본 베이비붐 세대가 돈과 시간이 넉넉한 노년층으로 진입하자 여가를 보내려고 오락실을 찾는 것이다.

일본의 오락실 산업 규모는 5000억엔(약 7조5000억원)에 이르지만 노인들의 소비 정도를 측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일본 게임 시장의 주요 소비층은 아직 10대 청소년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노인 고객의 숫자가 꾸준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슈팅게임이나 격투게임을 즐기는 10대와 달리 노년층은 동전을 넣고 '잭팟'을 기다리는 슬롯머신 게임에 몰린다.

시바 노보루(68)씨는 택시회사에서 일하다 7년 전 은퇴하고서 집 근처 오락실을 찾기 시작했다며 "이전에는 집에서 TV만 보곤 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3~4시간씩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바 씨는 최근 몇 달 동안 슬롯머신 게임에 2만엔(약 30만원)가량을 썼다.

그는 "손자가 오락실에 오면 동전이 가득 쌓인 돈가방을 보여준다"며 "손자는 둔중한 돈가방을 내려놓을 때 나는 '쿵' 소리를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일본 전체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년층이 2050년에는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노래방부터 주식 중개업에 이르는 각종 사업체는 노인층의 소비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팩맨'을 개발한 게임회사 남코의 다카노 유지 대변인은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곳에 오락실을 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친근함을 느끼도록 밝고 경쾌한 장식을 하고 복도도 넓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오락실은 오랜 시간 딱딱한 의자가 않아있을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해 편안한 의자를 배치했고, 종업원들에게 노인들이 환영받는 느낌을 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적 게임업체 사가는 "일부 소비자들은 게임을 할 때 손가락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게임은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락실은 노인들이 새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틀에 한 번씩 오락실을 방문한다는 니시노 미쓰코(63)씨는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겪는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며 각자 다른 마을에서 모이기 때문에 "뒷말이 날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니시노 씨는 "아들들이 자랄 때는 오락실에 가지 말라고 그토록 당부했는데 이제 내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락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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