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코스피가 1900포인트 위로 올라서면서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내 증시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예탁금이 코스피가 1900포인트를 넘어선 지난 1월 18일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한 달 반 만에 20조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개미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20조8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31일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전달 17일 이후로 고객예탁금은 1조4675억원이 늘어났다. 고객예탁금이 마지막으로 20조원에 도달했던 것은 지난해 12월5일으로 그 이후로 서서히 줄어들며 최저 17조원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사상 최고치인 22조6552억원보다 약 2조5700억원 모자란 금액이다.
고객예탁금 증가는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냈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코스피가 1900선대를 넘어선 지난달 18일 이후 무려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502억원을 빼냈다. 지난달 16일과 30일을 제외하면 개미들은 10일 이후 13일 동안을 매도세를 보였다. 새해 기준으로 봐도 개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8325억원을 유출했다.
이들 중 일부 자금은 단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했다. 새해 들어 개인자금은 MMF로 7895억원이 추가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총 잔액은 18조2717억원을 기록해 작년 9월27일 이후 가장 높은 잔고를 보였다. 무려 4개월 만에 28조2700억원대 잔고로 돌아온 것이다.
코스피는 전월 18일 1892.39포인트로 마감한 이후 지난달 27일 1960선까지 도달한 바 있다.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봐도1960선 재등정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으로 장래에 주식에 재투자될 자금이다.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면 주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유동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하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900포인트를 넘어선 후 차익실현에 나선 개인이 많아졌다”며 “대기 자금을 보유한 뒤 코스피지수가 다시 떨어지면 낙폭 과대주 위주로 매입하는 투자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다만 언제든 개인들의 뭉칫돈은 주식시장으로 대량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최근 개인투자자 매도자금을 제외한 실질 고객예탁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때 신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유럽 재정위기 완화와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 해소 등으로 투자자들이 박스권 논리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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