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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넘치는데 대출은 줄고" 은행권 수익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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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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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은행권 수신이 넘쳐나는 가운데 대출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와 농협금융지주 출범으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무리한 대출 확대 영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303조7869억원으로 전월 대비 139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1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2조8000억원 급감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업계 전체로는 대출 잔액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 수요 감소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다보니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었다.

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취급 억제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대출 억제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상호금융과 보험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은행 영업 일선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남의 한 은행 지점장은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면서 1월에는 가계대출이 줄었지만 2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가 엇나갔다”며 “올해도 대출 취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수신고는 넘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권 수신 잔액은 1088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무려 59조원이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 24조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자 은행들은 금리를 낮추며 수신 증가세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에는 수신 잔액이 10조8000억원 급감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일부 은행들이 수신 유치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그러나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은행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윳돈이 충분한 상황에서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올해 은행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은행권 대출 증가율을 5~6%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이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자로 지급하는 비용이 늘어날 경우 순이자마진(NIM)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업계가 5강 체제로 재편된 후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 확대를 위한 과당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자산 기준 업계 2위로 뛰어오른데다 농협까지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줄어드는 대출 수요를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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