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연공서열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 바람이 확산되면서 그간 견고해 보였던 '유리천장'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린 지난 8일, 회의장에는 한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한은 ‘최초’의 여성 부장으로 승진해 화제를 낳았던 서영경 금융시장부장이었다. 서 부장은 회의장 끄트머리에 앉아 차분히 회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통위 회의장에 여성이 참석한 것은 2004년 첫 여성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던 이성남 민주통합당 의원 이후로 두번째다.
서 부장은 이에 대해 “성별을 떠나 경제학 전공자로서 상당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맡은 임무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인 만큼,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첫 금통위 회의는 분위기도 좋았고 다들 편하게 대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는 최근 상임이사로 노정란 미래경영전략실장이 선임됐다. 금융공기업 제 1호 여성 상임이사다.
노 신임이사는 이외에도 두 개의 수식어를 더 가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캠코 인사부장으로 발령받으면서 ‘금융권 최초 여성 인사부장’, ‘최연소 인사부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유리천장을 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맡은 직무를 열심히 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말 김경자 직원을 국제협력실장에 앉히며, 수은 최초의 여성 부서장을 선임했고, 2일 출범한 NH농협은행에서도 우명자 부산영업본부장이 은행 내 첫 여성본부장 타이틀을 달았다.
▲ 왼쪽부터 노정란 캠코 상임이사, 우명자 NH농협 부산영업본부장, 김경자 수출입은행 국제협력실장 |
신한은행도 신순철·황영숙 2명의 여성 본부장이 신규 선임되며 여성 본부장이 4명으로 늘었고, 하나은행은 고졸 출신의 천경미 지점장을 본부장에 앉히며 2명의 여성 본부장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금융권에서도 그간 학력과 연공서열 등을 따지던 인사의 구태를 벗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시행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 남성과 여성이 아닌, 개개인의 업무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사회가 됐다"며 "이제 시작일 뿐, 향후 금융권의 여성진출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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