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단도리 해야할 국내 사안은 외면한 채 해외사업 등 외연확대에 치중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몽골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관련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 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풍력기술을 맡고 한전이 송전망 구축을 담당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들어 한전의 글로벌 사업이 포문을 열고 있는 셈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재 3%인 한전의 해외 사업 비중을 향후 50% 이상으로 높여 글로벌 한전으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한전은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사업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해외 수익원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전기료를 인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발전소 건설 등을 통해 최대한 돈을 벌어 전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몽골 풍력사업이 가시화될 경우 올 초 요르단 디젤발전소 수주에 이어 해외 무대에서의 두번째 성과물이 된다.
하지만 한전의 이같은 해외 광폭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괜한 딴죽이 아니라 그동안의 해외 성적표를 보면 거의 ‘낙제점’수준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은 중부발전과 손잡고 5년간 운영한 레바논 발전소 2곳을 46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한 채 접었다.
현지법인을 청산하면서 초기 자본금 30만달러와 대출금 480만달러 등 총 510만달러도 대부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한전이 중국 하남성에서 5년 넘게 추진해온 구리산화력발전소건설 사업을 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자 돌연 포기했다.
중국과의 잦은 마찰로 건설 사업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면서 14억원의 투자비만 허공에 날린 채 ‘없던 일로’ 백지화됐다.
사실 구리산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은 철저히 수익성에 기반을 둔 계산된 해외사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노림수를 겨냥한 산물에 가까웠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부발전의 필리핀 하이브리드 발전사업은 10억원 넘게 손실을 내고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동서발전이 980억원을 투자한 미국 바이오매스 발전소도 연료비상승의 여파로 지난해 3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사정이 이런데도 맏형인 한전이 글로벌 사업을 모토로 삼으면 손뼉을 마주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반면 한전은 국내 사업장에서는 주요 현안들을 수수방관하며 모르쇠로 일관, 비난이 격화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부산 서부터미널 인근서 발생한 정전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인들과 보상액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한전은 “현재 약관으로는 전기 요금을 깎아주는 정도로 배상해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은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법적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김중겸 사장이 현장으로 직접 내려가 일단락 되는가 싶었던 밀양 송전탑 분신사고도 여전히 원점이다.
유족들은 “한전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합의가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폭언과 공갈도 서슴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월 경남 밀양의 70대 주민은 한전의 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분신해 숨졌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의) 무리한 해외사업에 대한 부작용은 경영 리스크는 물론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으로 돌아온다”며“지역난방공사가 최근 해외사업을 거의 다 정리하고 내수에 집중하면서 소신경영을 펼치고 있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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