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리쥔 사건에서 보시라이 해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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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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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보시라이(薄熙來)의 해임은 사실 지난 2월 초 충칭(重慶)시 부시장을 맡고 있던 왕리쥔(王立軍)이 청두(成都) 소재 미국 영사관을 찾아가 미국으로의 망명을 시도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왕리쥔은 보시라이의 오른팔로 지난 2008년 충칭시 공안국장에 발탁 돼 현지 조직폭력을 일망타진한 '치안영웅’이다. 그는 과거 랴오닝성에서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이를 높이 산 보시라이가 왕리쥔을 충칭 공안국장으로 영입한 것. 왕리쥔은 충칭에서 조직폭력배는 물론 조폭을 비호했던 고위 공안관료들까지도 구속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왕리쥔은 도리어 본인의 비리행위가 적발되며 중앙기율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된다. 왕리쥔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보시라이도 비리에 연루된 왕리쥔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두사람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그리고 보시라이는 2월 초 왕리쥔을 공안국장이 아닌 문화담당 부시장으로 인사조치시켰다. 이를 자신을 내치는 수순으로 여긴 왕리쥔은 위협을 느낀 채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한다. 망명시도에 앞서 그는 반체제 인터넷매체인 보쉰닷컴에 이메일을 보내 "보시라이는 가족들의 비리로 얼룩진 사람"이라면서 "보시라이는 중국 최대의 간신배"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왕리쥔의 미국망명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는 국가안전부에 의해 베이징으로 이송돼 한 달여간 중국 국가안전부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정가에는 왕리쥔이 미국영사관에 들어가 중국의 각종 기밀을 비롯해 보시라이의 부정축재, 재산 밀반출 등 비리행위를 모두 털어놓았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보시라이가 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꼬리를 이었으며, 왕리쥔 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날이 거듭될 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왕리쥔 사건은 중국내 이슈가 아닌 글로벌 이슈로 부상했다.

하지만 왕리쥔 사건이 보시라이의 정치인생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등장했다. 이미 중국 외교부가 왕리쥔 사건을 '개별사건'으로 규정한데다 보시라이가 정상적으로 충칭시 서기로서의 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보시라이를 둘러싼 소문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개최를 앞두고 절정에 달했다. 전세계의 이목은 양회 자체가 아닌 보시라이가 양회에 참석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집중됐다. 양회에 참석한 보시라이는 회의에 꾸준히 참석해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내외신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해 "왕리쥔 사건은 독립적인 사건"이라면서 "왕리쥔을 기용함에 있어 검증작업을 철저히 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의 태도는 당당했으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의 건재를 전세계에 알린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전인대가 폐막한 14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보시라이의 신상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원 총리는 “과거 충칭시의 지도부와 인민들이 눈부신 업적을 냈지만 현재의 충칭시 당 위원회와 인민정부는 반성해야 한다”며 보시라이를 비판한 것. 그리고 양회 폐막 하루 뒤인 15일 중국 당국은 보시라이의 충칭시 당서기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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