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황인성 기자) 총제작비 60억원의 영화는 한때 제작이 무산될 뻔했다. 하지만 주진모때문에 살아났다. 주인공 일리치 역으로 주진모가 캐스팅되자 다른 주연 배우도 더불어 제작까지 한 번에 끝났다. 우여곡절끝에 16일 개봉하는 커피를 소재한 영화 ‘가비’이야기다.
"장윤현 감독이 주진모를 은인"이라고 하더라고 묻자 주진모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가비’는 꼭 한번 출연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 영화에서 주진모가 맡은 역은 일리치다. 사랑하는 여자 따냐(김소연)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국 조선을 배신하고 일본과 러시아의 이중첩자가 되는 그의 모습은 스크린에서 강인한 에너지를 발휘한다.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순정마초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일리치의 캐릭터는 주진모의 의견 때문에 탄생됐다. 처음에 일리치는 주진모가 그동안 작품에서 선보였던 착하고 헌신적인 인물이었다.
“솔직히 대본을 처음보고 일리치의 모습이 그동안 제가 연기했던 인물과 다를 바가 없어요. 일리치는 착한 녀석인데 정말 좀 더 숨 쉬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장윤현 감독님께 제 의견을 말씀드렸죠.”
주진모의 조언과 그걸 받아들인 장윤현 감독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영화를 살리는 힘이 됐다. 스크린에서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일리치는 사랑하는 따냐를 위해 조국의 독립투사를 사냥하는 일본의 앞잡이로 변신한다.
영화 ‘가비’의 백미는 바로 주진모와 박희순이다. 강인하고 예민한 왕 고종을 만든 박희순과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린 주진모는 영화에서 정면으로 만난다.
명성왕후를 잃었지만, 슬픔을 묻고 국권회복에 몰두하는 고종과 연인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는 일리치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이 부딪치는 에너지는 스크린을 넘어 관객을 감동시킨다. 주진모는 그 장면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사랑을 잃었던 사람과 사랑을 지키려는 사람의 만남이에요. 그만큼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라고 봐도 되죠. 그런데 초반에 촬영해서 당시의 인물의 감정이 몰입되지 않아 희순이 형과 고민하면서 촬영을 했죠.”
주진모는 그동안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순정마초로 알려져 있다. 과연 현실에서 주진모는 영화 속 일리치처럼 사랑을 위해 희생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주진모의 답은 솔직했다.
“사랑에 빠지면 ‘올인’하는 편이지만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솔직히, 현실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영화 속 일리치는 관객의 대리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에요. 저도 연기하면서 옛날엔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며 연기했죠. 전 작품으로 관객이 공감을 얻으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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