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클루니를 싫어하는 여성이 없는 걸 볼 때 시샘도 났었는데, 이번 장면에 나도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클루니는 앞서 14일 연방 상원에서 있어던 외교위 청문회에 공식적으로 참석해 수단 정부의 민간인 학살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수단을 직접 방문했던 클루니의 이같은 증언과 행동은 머리 속에서만의 관념적 인권이 아니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였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연예인은 시각 매체에 등장해 그 이미지로 먹고 사는 존재임에 크게 틀리지 않다. (미국에서는 연예인을 ‘entertainer’보다는 보통 ‘celebrity’로 불러 한국보다는 비 대중적, 즉 귀족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따라서 자신의 본래 모습은 별로 중요치 않다. 가장 멋 있는 한 장면, 중요한 배역을 통해 대중의 뇌리에 남는 그 가치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 클루니는 단순히 중년 꽃미남 배우로서가 아니라 행동하는 남성, 인권이라는 큰 가치를 존중하는 남성임을 보여주었다. 배우로서 시나리오에 있는 인물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아름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평소에서 파파라치에 의해 대중에게 낱낱이 전달된다. 따라서 그가 어떤 가치를 위해 나섰느냐, 또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느냐란 영향은 분명히 대중에게 전달된다.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의 정치 참여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동의 봄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었고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이들 연예인들이 나서고 있다.
우리에게 영화 ‘레옹’의 짝사랑 소녀 ‘마틸다’로 잘 알려졌고, 최근 성인 배우로서 영화 ‘블랙 스완’의 주인공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은 시리아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는 성명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올렸다. 타이핑하지 앟고 직접 손으로 쓴 글을 캡쳐해서 올려 놓아 자신의 생각이 가벼운 것이 아님도 엿볼 수 있었다.
포트만 뿐만 아니다. 사회활동가로 이미 널리 알려진 배우 수잔 서랜든은 이미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 중동의 인권유린과 전쟁 반대 운동에 나섰고, 유명한 SF 시리즈 ‘스타트렉’의 패트릭 스튜어트는 유투브에 1분 길이 영상을 통해 시리아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인권 유린을 규탄했다. 팝 스타 넬리 퍼타도와 애니 레녹스는 트위터를 통해 이에 동참했다.
한국에서도 여러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는데, 그 진정성을 알면 손가락질만 할 일은 아니다. 사회적인 큰 가치,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나섰다면 당연히 칭찬받을 일이고, 이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는 대중의 몫이기 때문이다. 클루니가 수단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서 나도 ‘어느 정도인데 그럴까’ 이전 기사들을 다시 찾아 보았다.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이런 영향을 대중들에게 준다.
1970년대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구덩이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때 ‘하노이 제인’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제인 폰다는 직접 북베트남을 찾아 반전 운동을 전개했고, 심지어는 “미 제국주의자들이 베트남 국토를 마구 폭격해 민간인들이 살상당하고 있다”, “닉슨(당시 대통령)은 절대로 이들의 정신을 깨뜨릴 수 없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더 나아가 북베트남 방송을 통해 미군에 직접 반전 메시지를 전달, 미국 사회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과연 폰다가 잘 한 것인지, 아닌지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적인 이슈와 연예인들의 참여는 이 정도 논란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연예인들의 현실 참여의 순수성을 인정해 대중들이 더 큰 사회적 가치에 관심갖게 도와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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