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Y방정식> 세계경제 포퓰리즘에 무릎(4)-이탈리아, 빈곤계층이 전체 가정의 11%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3-19 13: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이상준 기자) 최근 S&P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당한 이탈리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월수입 992유로(한화 약 149만원) 이하의 빈곤계층이 전체 가정의 11%에 달한다. 전반적인 가계 경제상황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정부가 새로 마련한 재정감축안은 부가가치세 세율을 20%에서 21%로 인상하고, 민간부문 여성 근로자의 은퇴연령을 65세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서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것으로 보인다. 30%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은 떨어질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인력이 해외로 나가는 현상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는 총리인 베를루스코니의 정치형태를 보면 알 수 있다.

1937년 부유한 은행원 집안에서 태어나 아파트 건설업으로 부를 쌓은 그는 프로축구단 ‘AC밀란’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의 재벌이다. 2000년 ‘포브스’지가 집계한 자산순위에서 120억 달러로 세계 14위에 오르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1990년대 초반 기독교민주당이 무너지자 ‘전진이탈리아’라는 정당을 발전시켜 중도우파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 이후 1994년에 국민연합(AN), 북부리그(LN) 등과 전후 최초의 우파연정을 출범시키면서 총리에 올랐으나 연금개혁으로 연정이 무너지면서 7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는 1996년 다시 총리직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1998년에는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운용, 탈세, 마피아 지원 등의 혐의로 2년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10년이 걸린다는 점을 이용해 2001년 5월 총선에서 우파연정합을 이끌고 이전과 정반대의 정책을 내세워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가난한 남부지역에는 복지확대를, 부지 동네인 북부지역에는 감세를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세금은 덜 걷고 복지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빚을 얻는 것밖에 없었다. 2010년 말 현재 이탈리아의 부채규모는 1조9000억 유로로 GDP 대비 120%에 이른다. 그가 정권을 잡을 당시엔 103%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에 2001년부터 10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0.2%로 유로존 평균 1.1%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려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나라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결국 ‘긴축’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공무원 숫자와 복지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베를루스코니의 포퓰리즘은 노조정책까지 반영되었고, 노조와 정치권이 손을 잡으면서 노동법에 따라 직원들을 새롭게 채용하기도, 해고하기도 어려워진 기업의 부담은 늘어난다.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기업 피아트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피아트의 최고경영자 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아트는 세계 30개국에서 18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탈리아만큼 기업을 하기에 모순된 환경은 없다”는 물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럽내의 다른 국가들도 베를루스코니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각종 성추문을 잇달아 쏟아내고, 긴축재정안 통과과정에서 스스로 지도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 보인 그에 대한 유럽 내의 반감은 갈수록 높아졌다.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돈과 미디어, 쇼맨십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는 데에만 급급했던 베를루스코니는 결국 금융위기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사퇴하고 말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