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앞선 9월 14일 미국 각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맞부딪쳐 수십 명이 체포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이날 아침 콜로라도 주덴버 시에서는 주 방위군이 시위대 캠프의 텐트를 철거하고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20여 명이 체포됐다.
뉴욕에서는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이 경찰에 물병을 던졌다가 14명이 체포됐다. 시애틀에서도 시위대가 공원 내에 쳐놓은 텐트를 걷으려는 경찰에 맞서면서 10명이 체포됐다. 뉴욕의 시위대는 JP모건체이서와 씨티은행 등에 들어갔다가 무단침입죄로 수십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유럽지역은 시위규모가 더 컸고, 더욱 격렬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는 20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국방부 청사 별관과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질렀다. 도로변 은행 점포마다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경찰이 최류탄과 물대포를 쏘아 진입하면서 최소한 70명이 다쳐서 병원으로 실려갔다. 시위대는 “우리는 재정위기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다”, “한 달에 최고 5000유로(한화 약 796만원)로 묶인 연금 상한선을 풀어야 한다”고 외쳤다. 재정위기로 인해 임금이 깎이거나 회사에서 잘리는 것은 물론 연금이 줄어드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있는 브뤼셀에는 유럽 각지에서 6000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고, 그증 일부가 최근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된 덱시아 은행 본점에 들어가 시위를 벌여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과 런던의 증권거래소 앞, 시드니의 호주중앙은행 앞 등 각국 대도시의 금융 중심지에 몰려든 시위대는 하나 같이 빈부격차와 줄어든 재정 때문에 생활이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독일의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앞에도 8000여 명이 모여 세계 금융시스템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소식을 들은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는 청년들에겐 분노할 권리가 있다며 공감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월가시위에 참여한 시위대들의 직접적인 불만도 바로 긴축재정으로 인해 벌어진 심각한 빈부격차에 있었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1%’와 ‘99%’라는 숫자다. 1%는 부자, 99%는 1%에서 소외된 시위대를 말한다. 실제로 미국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8년 사이에 미국에서 발생한 소득의 52%를 상위 소득계층 1%가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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