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병현, 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올해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가 대학교에서 진행됐다. 모두 낯설 법한 상황에서 이날 현장을 '홈 그라운드'로 불러도 되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결국 이 선수는 후배가 밥 사달라는 의외의 부탁을 해오자 손가락을 사용해 'OK'라고 답했다.
김병현은 3일 오후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서울시 종로구 명륜3가)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에 넥센 히어로즈의 대표 선수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현은 "사실 말을 준비해오지 못했다. 사자성어도 없고…."라며 머뭇거렸다. 김병현 전에 홍성흔이 '작은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세류성해(細流成海)'를 말하면서 좌중을 휘어잡은 것과 달리 자신은 특별한 단어나 언변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곧바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저희가 이번에 시범경기, 연습경기지만 저희가 2등을 했다"면서 2012년 시즌의 향상된 성적을 다짐했다.
그런데 김병현은 함께 무대에 나온 와 있는 각 팀 대표선수들을 스윽 훑어본 뒤 "(이)승엽이 형, (정)근우, (홍)성흔이 형 등 잘 치는 타자들은 여기 다 모여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김병현은 요즘 표현으로 '시크한' 선수다. 솔직 답변을 밝히면서도 무심한 듯한 대답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선수다. 하지만 이날 김병현은 매우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행사장을 사로잡았다.
소속팀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넥센 야구장은 목동에 있다"고 엉뚱하게 대답했다. 현장의 사람들은 폭소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곧바로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얘기했다. 인천, 부천, 김포 다 가깝다. 많이 와주시고 성원해주기 바란다"며 많은 팬의 사랑을 당부했다.
김병현은 올해 개인목표에 대해 "10…. 예?"하고 되물었다. 이어 "10승 좋다. 10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현 전에 마이크를 잡은 박찬호가 올해 10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대표 선수의 대담에서 김병현은 후배의 질문을 받았다. 김병현은 성균관대 97학번이고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장은 성균관대였다. 자연스럽게 성균관대 학생들이 많았고 김병현은 질문자로 성균관대에 재학중인 학생이 - 그것도 자신이 졸업한 과 후배가 - 선정된 것이다.
김병현은 후배가 복학해 공부할 생각은 없는지 묻자 "우리 누나도 10년 공부하다가 공무원시험 본다. 그래서 어려울 것 같다"면서 "그래서 나도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줬다.
이어서 오랜만에 캠퍼스에 돌아온 기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학교는 역시 좋은 학교를 나와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답하면서 행사장에 자리한 성균관대 재학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 여학생은 마지막으로 "밥 사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김병현은 후배의 요청에 말 대신 'O.K'라고 매우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내보였다. 그러자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큰 목소리로 동일한 요구를 해왔다. 김병현은 여자 후배의 요구와 달리 남자 후배의 요구가 있자 아무런 회신도 보이지 않으며 대조를 보였고 좌중은 웃음바다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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