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작년 말 2차전지용 음극재 공장을 완공하고 지난 3월부터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음극재는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한 것으로 GS칼텍스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발·양산에 성공했다.
생산규모도 적지 않다. 소프트카본계 음극재는 연산 2000t 규모로, 올해 이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의 100%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LCD 패널 편광판의 핵심소재인 TAC필름도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업 생산 중인 효성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이 새롭게 가세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308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완공했으며, 현재 상업 가동을 앞두고 시범생산 중이다. 그동안 TAC필름은 일본의 후지필름과 코니카미놀타 등이 공급을 독과점해왔다.
탄소섬유 국산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태광산업이 이달부터 탄소섬유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효성도 탄소섬유 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내년부터 양산이 가능하다. 강철보다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강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기존 소재를 대체하고 있는 탄소섬유는 현재 일본 도레이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양사 역시 그동안 전량 수입해오던 초순수용 이온교환수지의 국산화에 성공해 작년 12월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삼양사는 반도체·LCD·정밀화학·의약 공장 등에 쓰이는 이온교환수지 시장에서 다우케미칼·랑세스 등 다국적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국산화 사례는 국내 화학산업의 질적 성장을 방증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전체 수입량을 대체할 정도로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그동안 시장을 독점해온 만큼 신규 업체가 고객사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TAC필름의 경우, 일본 업체들의 견제가 심해 사업 확장이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섬유 역시 태광산업은 내수부터 수출로 차근차근 공략해 나가는 지공법을 선택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원천기술을 확보해도 상업가동 이후 고객사를 확보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며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고객사들에 압력을 넣으면서 신규 업체를 견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산화 소재들이 2차전지 등 지속성장가능 사업과 연관됐기 때문에 향후 시장확대로 인한 신규 수요는 유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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