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6일 단독 입수한 김 제1위원장의 지난 1월 28일자 발언록을 근거로 "김 제1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간부들에게 북한의 최대 금기인 자본주의적 수법의 도입을 포함한 경제개혁 논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지난 15일 김정일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가진 첫 공개연설을 통해 전면적인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한 것 또한 북한이 향후 경제 개혁개방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김 제1위원장은 연설에서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라며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은 지난 13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위성'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맹방이던 중국이 미국과 로켓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는 의장성명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제1위원장이 자본주의 국가인 스위스에서 유학한 데다, 태양절에 해외 언론을 대거 초청하는 등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며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복수의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의 폐쇄성 등을 감안할 때 경제개혁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위원은 "현 북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추가적인 개혁개방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북한에 미얀마와 같은 개혁을 원하지만 북한이 생각하는 개혁개방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아주 제한적으로 외자유치 정도를 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말'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윤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나 권력집단들이 대외적으로 말하는 것은 믿을 게 못된다"면서 "2000년 당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경제개방에 대한 언급을 해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엔 이뤄지지 않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번 발언들도 국제사회를 통한 전략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로켓 발사로 2·29 합의가 깨진 상황에서 북한은 올해 우리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내년 새 정부의 정책이 나올 때까지 개선될 여지가 없다"며 "대외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한 개혁개방 같은 것보다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교수는 향후 북한의 행보에 대해 "2000년 탈냉전 이후 북한이 했던 행동을 볼 때 연말까지 공격적인 모습으로 '나 좀 쳐다봐라'식으로 나오든지, 중국에 협력하며 불안정한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한반도의 차기 정부에 들어설 새 정권과의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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