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정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업체를 상대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삐 죄기가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들의 담합 및 불공정거래 단속 업무를 주관하는 공정위에 '물가 파수꾼'의 역할도 맡긴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각 부서별로 유통, 증권, 건설, 정유, 온라인쇼핑몰 등 업계를 배분해 담합여부 및 불공정 거래, 물가 상승 관련 행위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기름값 잡기에 올인하는 가운데 공정위도 정유사·주유소 간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감시 안테나를 높였다. 공정위는 주유소의 혼합판매를 저해하는 정유사에는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또 일부 업계 및 기업들은 '4·11 총선'이 끝나자 본격적인 가격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암행 감시에 착수하는 등 기업들의 불법 및 탈법행위 단속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정위가 총선 후 제일 먼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곳이 '유통업계'다. 한미·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됐는데도 일부 수입 품목의 경우 가격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유통업체들이 관세 조정기를 틈타 상품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공정위가 유통업계를 들여다보는 원인이다.
최근 김동수 위원장이 직접 강남 대형 유통점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식품류, 주류, 소형가전, 주방용품, 자동차 등의 판매가격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기 소비자정책과장은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자원과 협조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필요시 대상 품목도 확대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원자재가 인상으로 수입상품 물가가 심상치 않은 것도 공정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가 지난해 동월대비 19.6%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국제 콩(대두) 값이 급등하자 두부 등 콩식품 가격이 상승, 서민 가계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물가관리 주무부서가 아니라는 부담 때문에 직접적인 시장 관여보다는 우회적으로 개별 상품의 시장가격을 들여다보고 있다. 따라서 담합 등 직접적인 불공정행위가 아니라면 간접적인 방법으로 물가 안정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사례가 바로 사업자단체의 표시광고 제한 행위 단속과 기본 과징금 한도 상향 조정이다.
예컨대 기존 라면보다 비싼 값을 책정한 ‘신라면 블랙’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은 불공정 담합 등의 이유가 아닌 허위 및 과장 표시광고 행위로 해당업체를 처벌한 것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재계 전반에 안테나를 세워 '물가 안정 파수꾼’ 역할을 맡고 있지만, 힘이 벅차다”며 “물가감시위원회나 물가감시테스크포스(TF)팀 등 전담조직 신설과 제재수단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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