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인들 평소 정치력 신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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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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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미국)= 송지영 특파원) 미국에서 전개되는 동해 표기 되찾기 운동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워싱턴, 뉴욕 등지에서 한인회 등 여러 단체가 참여해 연방 또는 주 의원을 면담하거나 지도 표기에 이론적인 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미국지리학협회(NGS)에도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전하고 있다.

약 2주 전에는 미주 한인회의 전현직 회장들이 회원으로 있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이달말 모나코에서 열리는 IHO(국제수로기구) 총회에 참석하는 미국 대표 NOAA(미해양대기국)측을 접촉해 한국해(Sea of Korea) 및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알리기도 했다.

백악관 인터넷 서명 청원(최소 2만5000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조만간 동해 표기 의제를 놓고 백악관 주최로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이 와중에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반대로 ‘동해 표기의 억지’란 주제로 백악관 청원을 시작해 눈총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사주를 받아 나서는 ‘조직적인 개인들’이란 소리도 들린다.

우리 한국 정부도 물론 이같은 움직임을 후원하고 있을 것이다. 민간이 주최로 나섰지만 정부가 이럴 때 직간접적으로 후원하지 않으면 이같은 운동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주미대사관이 동해 표기 민간 운동을 지원하고 뒤로는 미국 정계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이곳 워싱턴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마음으로만 한국 정부의 영향력이 발휘되기를 바랄 뿐이다.

민간 운동 자체에 아쉬움도 있다. 조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진행된 동해 표기 운동과 관련해 어떤 단체는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를, 또 어떤 곳은 동해 단독 표기를,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한국해 표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미주 한인들이 청원을 제기한 국제수로기구에는 동해 단독 표기로, 백악관 청원에는 동해와 일본해 병기로 주장이 설정되었다.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주장에는 물론 근거가 있다. “동해는 예전부터 동해였기 때문에 당연 동해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 “일본이 강탈했다고하나 현재 엄연히 일본해로 불리는 곳을 동해 단독 표기로 돌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병기가 가장 타당하다”는 주장, “동해는 오랜 시절 한국해로 불렸던 곳으로 따라서 이를 주장하고, 마지막에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들이다.

이러다보니 동해 표기 운동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민간인들 조차도 때로 헷갈릴 때가 있다. 당연 이를 받아들이는 해당 기관도 어쩌자는 거냐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각개격파라고 자위할 수도 있지만, 조직력이 부족한 민간 운동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약점은 일본에게 역이용당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버지니아 의회에서 교과서 동해 표기를 표결에 부쳤을 때도 일본 대사관이 뒤에서 반대 로비를 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자신들의 할 일은 한다’는 일본인들의 특성이 이슈마다 도사리고 있음을 이곳에서도 느낀다.

흑인 인권 운동을 아주 오랫동안 이끌어온 NAACP(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의 모습을 닮자고 하면 억지일까. NAACP는 미국 역사에서 흑인들(또는 유색인종)의 인권 유린 현실을 타파하고 법적·사회적 또는 정치적 해결을 위해 음· 양지에서 뛰고 있는 조직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 단체를 두려워 한다. 잘못 건들면 흑인 표가 다 날라가기 때문이다.

미주에서 한인들의 표는 흑인만큼 많지 않다. 따라서 정치인들에게 표를 무기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동부나 서부 주요 지역에서 한인들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은 꽤 있다. 따라서 이런 장점을 잘 이용하면 동해 표기와 같은 빅 이슈를 미국 정치 쟁점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한인들은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러나 한가지 이슈가 끝나면 다시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그러고는 다시 또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이번 동해 표기 이슈는 이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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