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패션쇼한 문영희씨 "패션과 예술은 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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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2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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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샵 울에서 의상 소품등 전시판매

24일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샵 울에서 개막한 문영희 콜라보레이션에는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공개했다.재봉틀앞에는 오귀스트 르느와르 초상사진이 한장 놓여있어 눈길을 끈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90년대 당시 패션매장을 18곳이나 운영하며 소위 '잘나가는 디자이너 선생'은 돌연 파리행을 결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디자이너답게 창작하고 싶었다. 내추럴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1996년 파리로 진출한 그는 17년간 34시즌내 한번도 빠짐없이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여했고 명성을 쌓았다. 2008년엔 프랑스정부로부터 국가훈장을 수여받을 정도로 그의 디자인은 독창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문영희씨다. 24일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샵 울에서 만난 문 디자이너는 자신감이 빛나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는 "패션과 예술은 동등하다"고 강조했다.  "옷을 걸친다는 것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즉 자신의 인격과 영감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인가의 문제이고 자신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국립현대미술관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누릴수 있는 패션의 지위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디자이너는 이날 미술관 전시장에서 패션쇼를 개최하고 아트샵 율에서 콜라보레이션을 개막했다. 25년만에 미술관에서 연 패션쇼는 200여명의 관객이 참여한 가운데 큰 호응을 얻었다.  '변형과 볼륨의 자유'를 주제로 인체의 비율을 변형하고 볼륨을 자유롭게 표현한 독창적인 작품으로 갈채를 받았다.

패션쇼에 나온 의상들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열고 있는 단색화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단색조의 아방가르드한 패션을 선보인 문영희 디자이너는 "탁월한 면 분할과 강렬한 색감이 넘치는 단색화전을 보고 가슴이 뭉클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지로 제작한 권영호의 작품과 모던하고 강렬한 색감을 담아낸 박서보화백의 작품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문영희 콜라보레이션이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샵 울. 사진=박현주기자

 아트샵 울에서 선보인 콜라보레이션전은 ‘변형과 형태의 자유’라는 주제로 신작 의상 6점과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어 상품화했다. 

 아방가르드한 ‘문영희표’ 반바지, 원피스는 물론, 서류가방도 되고 클러치도 되는 가죽가방(15만9천원)과, 티셔츠(3만-4만원대), 스카프등을 전시판매한다.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인 원피스 반바지 클러치가방은 벌써부터 인기다.

"디자이너 의상은 너무 비싸 나도 사입기 힘들다"는 문 디자이너는 " 디자이너 옷이 비싼이유는 아이디어 값이다"며 "하지만 이번 콜라보레이션에 소개된 작품들은 원가만 받고 내 패션 철학을 담은 물건을 ‘나눠 드린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번에 나온 작품(상품)들은 모두 프랑스의 아틀리에에서 만들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콜라보레이션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2년 정도 됐는데, 이렇게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도 쉽지 않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패션이 쉽고 편하게 다가설수 있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영희 패션디자이너.사진=박현주기자

문 디자이너와 국립현대미술관과 인연은 25년전에 시작됐다. 87년,88년 잇따라 당시 이경성관장이 추진한 현대의상전과 패션쇼에 참여한바 있다.

문 디자이너는 "25년전 국립현대미술관은 클래식했다"고 말했다. "권위적이고 딱딱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은 개방적이고 가벼워졌다"고 했다. 그는 "유럽등 외국은 패션을 한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중시한다"면서 "파인아트와 패션이 접목하면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고 강조했다.

 미술관 전시장이 아닌 아트샵에서 진행하는 문영희의 콜라보레이션은 파격적이다. 유명 디자이너가 아트샵에서 소품을 내놓고 판매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 디자이너는 가오(체면?)를 버렸다고 했다. "아마 내가 한국에만 있었다면 이런 협업을 허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좀더 국제적인 생각으로 다가가는 게 옳다. 베풀 건 확실히 베풀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순수 예술 전시만을 하던 곳인데,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을 제안했다는 것은 여기로서도 큰 문호 개방이다. 이런 일을 내가 한 번 하면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에게도 이러한 기회가 열리게 된다. 그게 내 목표다."

문영희 콜라보레이션에 소개된 원피스를 한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미술관에서 패션전의 물꼬를 튼 그는 "이번 콜라보레이션이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또다른영역으로 확장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은 새로운 곳이고 변화무쌍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문영희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이 기획됐다"며 "예술의 반열에 올라선 패션작품을 상품으로 전시판매하며 일반 관객들과 쉽고 편하게 다가서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멀리 있는 미술관'에서 ' 친근한 미술관'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양한 도전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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