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지난 24일 현재 102억6829만 달러였다. 하지만 25일 중남미 베네수엘라에서 111억35000만 달러(약 12조6935억원)의 수주액을 올림에 따라 전체 수주 금액이 214억 달러(약 24조3900억원)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8만4531만 달러를 단숨에 뛰어넘은 규모다.
올해 1분기 지지부진하던 해외 건설 수주 규모가 단숨에 호전 상황으로 바뀐 것은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전해온 낭보 때문. 대우건설·STX건설·현대건설·SK건설 등 4개 건설업체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로부터 111억3500만 달러에 이르는 석유수출시설 관련 건설공사 4개 프로젝트를 수주, 25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중 대우건설과 STX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따낸 석유수출시설 건설공사는 88억 달러(약 10조원)로 해외 건설 역사상 세 번째 규모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186억 달러)과 리비아 대수로공사(104억 달러)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수주한 건설 프로젝트 1~2위로 기록돼 있다.
이번 베네수엘라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사업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1965년 해외 건설사업 첫 수주 이후 47년 만에 누적 수주액 5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해외 건설시장 영역 다변화를 이끌었다는 점도 쾌거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베네수엘라 등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중남미 시장 진출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중남미는 사실상 중동에 편중돼온 국내 업체들에는 신시장과도 같은 불모지였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일궈낸 대표적인 민·관 합동 프로젝트라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국내 건설업계의 노력 뒤에는 정부의 자원협력 외교를 통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건설업계의 역량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는 기회도 됐다. 대우건설과 STX건설이 공동 수주한 프로젝트는 기존의 단순시공이 아닌 기본설계부터 구매, 시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일괄도급방식(EPC)이다. 이 방식은 해당 업체가 시공능력뿐 아니라 기획력과 공사비 조달능력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만 향후 자금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파이낸싱(자금조달)이 어려워 MOU 체결 후 실제 계약은 성사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자금조달을 위한 파이낸싱을 주선하기로 한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액 700억 달러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중동지역 등 발주처 사정에 따른 발주물량 부족으로 수주 감소현상이 나타났으나 2분기 들어서는 성사되는 계약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재덕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지난해 전체 해외 수주 실적의 70%가량을 차지한 중동 시장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해외 시장 다변화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700억 달러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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