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52억 과징금 '사상 최대'

일진들의 교복 노스페이스 "비싼 이유있었네"…싸게 못 팔게‘통제’

골드윈코리아가 각 판매 전문점을 상대로 노스페이스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한 각서 및 각종 공문서 증거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거침없이 잘나가던 노스페이스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국내 아웃도어 1위 업체인 노스페이스가 14년간 전국의 판매 전문점에 할인 판매를 못하게 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골드윈코리아가 지난 1997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문점들에 '노스페이스' 판매가를 미리 정하고 이 가격 아래로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조치한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52억4800만원을 부과했다고 29일 밝혔다.

노스페이스의 국내 판권을 갖고있는 골드윈코리아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분 51%를 보유한 자회사다. 골드윈코리아는 직영매장 외에도 전국 151개에 달하는 전문점(독립사업자)과 판매특약점 계약을 맺고 있다.

특히 노스페이스 제품 가운데 전문점 제품은 국내 유통 비중의 약 60%에 달할 정도로 큰 물량을 점하고 있다. 골드윈코리아의 사업 규모 가운데 노스페이스 판매가 전체 매출의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00억원, 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과징금은 골드윈코리아가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온라인판매 금지 △위반행위의 경쟁제한 및 소비자이익 침해 등을 위반한데 따른 처분이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생산·판매업체가 거래 단계별 가격을 정한 뒤 도·소매상에게 정한 가격대로 팔 것을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골드윈코리아는 이를 통해 전문점들이 42%의 마진을 무조건 확보하도록 판매가격을 지정하면서 소비자들이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해 왔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경쟁업체들의 가격할인까지 막는 구조로 변질시켰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01년 52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3조원에 달하는 '공룡급 시장'으로 성장해왔다. 이 같은 성장세는 2005년 주 5일 근무제 시행 이후 레저 활동 인구가 급증하면서 등산 등 옥외활동을 위해 아웃도어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노스페이스는 2003년부터 코오롱스포츠(코오롱인더스트리), K2(케이투코리아), 블랙야크(블랙야크), 컬럼비아(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라푸마(LG패션) 등 동종 업계 브랜드들을 제치고 최근 5년간 평균 점유율을 35.5%까지 끌어 올리면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해왔다.

김준하 공정위 시장감시국 과장은 “이번 조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라며 “가격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스페이스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공정위가 산정한 시장점유율 31.5∼35.5%는 백화점 입점 6개 브랜드를 계산한 수치“라며 ”아웃도어 시장의 실제 규모를 감안할 때 노스페이스는 30%대가 아닌 15%대로 과징금 책정 기준이 잘 못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골드윈 측은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해 법무법인과 법리적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유통과정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 제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