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빈 라덴 사살 1년..아직도 망령에 시달리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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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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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미국)= 송지영 특파원) 오는 5월1일이면 빈 라덴이 미국의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지 1년이 된다. 빈라덴은 미국에 제 1의 주적이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미국 땅에서 수천명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이래 미국은 빈라덴을 비롯한 알카에다를 섬멸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다. 이라크에서 미군은 지난해 말로 철수했지만,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서 약 13만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대 빈라덴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빈 라덴도 죽고 알카에다 2,3인자도 사살됐지만 여전히 빈라덴과 알카에다는 미국에 공포의 대상이다. 심지어는 미국인들의 일반 생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은 공항에서 나타났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마음 편하게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 비행기는 땅덩어리가 큰 국토에서 사는 미국인들의 생활에서 절대로 뺄 수 없는 교통 및 여행 수단이다. 그럼에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루어지는 복잡하고 철저한 몸과 짐 수색 과정은 여전히 죽은 빈라덴이 산 미국인들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이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액체로 된 로션류도 비행기에 지니고 탈 수 없게 됐다. 액체 폭탄을 비행기 내에서 조립해 테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조그만한 위험이라도 있으면 정부 당국이 금지를 하거나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안전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빈라덴의 유령이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보인다. 주요 공공 건물 출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금속탐지기나 마찬가지로 따르는 몸수색도 빈라덴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빈라덴이 미국 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빈라덴이 사살되기 직전 하고자 했던 사업중의 하나가 알카에다와 무슬림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었다. 알카에다가 폭력적인 방법만을 고수하며 일반 무슬림과는 거리감이 심화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는 알카에다가 원하는 무슬림 세계, 왕국을 건설할 수 없다고 판단한 빈라덴은 알카에다의 강령이 일반 무슬림이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선전선동을 폈다고 미 정보당국은 빈라덴의 거처에서 얻은 많은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빈라덴의 알카에다는 폭력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미국과 서방세계를 상대로 대규모 테러를 기획했다.

빈라덴은 죽었지만 여전히 중동의 폭력적인 이슬람은 더욱 굳건해졌다. 지난해 1년간 이집트, 시리아 등지에서 유혈 혁명이 일어나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생겨나는 듯 했으나 오판이었다. 과도 정부든 새 정부든 시민 혁명이 일어난 국가에서의 정치 체제는 무슬림적인 색채가 강했다. 이같은 중동 정세는 여전히 빈라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미국이 대 알카에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궁극적인 선언을 할 수 없는 이유다. 빈라덴이 사라지면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되거나, 가장 바람직하건데 조직이 와해될 것이라고 본 미국의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국제적인 예는 이집트에서 나오고 있다. 독재자는 물러갔지만 가장 빈라덴스러운 정치 세력이 제도권 안에 자리잡았다. 이집트의 가마 이슬라미야란 영향력 있는 정치 그룹의 지도자는 세이크 오마 아벨이다. 그는 지난 1993년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테러시도를 했던 인물이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그의 생각이 바뀌지도 않았다. 그의 조직과 그의 신념은 가장 빈라덴스럽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 단체는 현재 이집트에서 살라피스트 정치당을 만들어 새로 구성된 이집트 의회의 13석을 차지했다.

빈라덴스런 무슬림 정치 시스템을 원하지 않은 시리아 정부는 오히려 알카에다의 공격 대상이 되고 말았다. 예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알카에다가 활개를 치고 있다. 빈라덴이 혁명의 성공을 외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땅이 예멘이었는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빈라덴이 죽은지 1년이지만, 과연 그가 이 땅을 떠났는지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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