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방식에 있어서는 기존 택지 개발에 기대지 않고 민관협동 등 다양한 방식이 대안으로 마련됐다. 임대주택 수요층도 저소득층뿐 아니라 여성·독신·대학생까지 다양화했다.
일단 기존 공급 방식에 추가된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도시정비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매입임대 등이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의식 개선에 있어서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법 개정 사항도 포함돼 있어 정부와 정치권 동의 여부도 관건이다.
◆서울시, 임대주택 의식 전환 나섰다
박원순식 임대주택 정책의 핵심은 임대주택에 대한 의식 전환이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차별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없애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선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차별하는 계획을 원천 금지하기로 했다. 이른바 '소셜 믹스'를 계획 단계부터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에 동등한 자재·마감재를 사용하도록 하고, 출입구와 주차장·커뮤니티시설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점검하고 관리키로 했다.
그동안 강남권 등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일반 입주민들이 임대주택 입주자들과 한 공간에서 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왔다. 실제로 최근 마포구 합정1구역은 출입 동선을 교묘히 분리 계획해 임대주택 입주자를 차별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는 임대주택 하면 기피시설로 생각하는 통념을 깨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임대주택을 학교나 병원처럼 설치가 쉬운 기반시설 범위에 포함시키면 공급이 늘어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또 임대주택을 역세권이나 복지시설 인접지역 등 입지가 우수한 곳에 우선 배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임대주택 거주자가 자동차 없이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 차원이다.
◆실효성 얼마나 되나?
박원순표 임대주택 정책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단 3만호가 넘는 매입임대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 강남권 재건축 규제 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4년까지 공급량을 맞추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률 개정도 쉽지 않은 문제다. 기반시설과 유수지에 임대주택을 포함시키는 내용은 국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및 시행규칙 개정 사항으로, 사실상 국회 동의를 얻어 국토부가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국토부와 정치권이 박 시장 임기 안에 이를 추진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토부에 이미 건의를 했고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예산 마련도 걸림돌이다. 특히 장기안심·협동조합·민간토지 임차 사업의 경우 민간주택이나 토지를 유료로 이용하는 것일 뿐 사실상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은 아니어서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는 두 사항 모두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급 계획의 경우 준공이 아닌 사업계획승인 시점을 목표로 두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산도 박 시장 임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2조9000억원이 전부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추산을 보면 8만호 공급에 소용되는 비용은 모두 11조8800억원. 이 중 국고와 기금융자, 임대보증금을 제외하면 실제 시가 부담하는 금액은 4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8만호 목표가 준공이 아닌 사업시행까지 물량인 만큼 박 시장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는 2조9000억원만 들어간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임대료도 문제다. 임대주택을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곳에 배치하게 되면 당연히 표준건축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지원을 해준다 해도 임대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는 서울시도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주택을 대폭 늘린다고 해서 임대료를 크게 낮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형주택 확대뿐 아니라 임대주택을 늘린다는 계획은 정비사업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표준건축비가 인상되지 않는 한 서울시의 계획을 따르려면 민간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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