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통일항아리 1호가 왜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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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1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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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반달 모양의 그릇 두 개가 합쳐져 하나의 달항아리가 됐다. 두 개를 잇는 부분은 장인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손에 의해 다듬어졌다. 지난 12일 경상북도 문경읍 진안리에 있는 영남요에서 있었던 일이다.

류 장관은 이날 도자분야 중요무형문화재 105호 백산 김정옥 선생과 통일 염원의 의지를 담은 '통일항아리'를 빚었다.

항아리는 우리 할머니들의 가장 소중한 살림살이 중 하나였다. 과거 어머니들이 어려운 살림에도 조금씩 항아리에 쌀을 넣어두었다가 비상시 활용했으며, 애지중지하는 물건들이 모두 항아리로 들어가곤 했다. 이런 점에 착안한 류 장관은 통일기금을 모으자는 방안으로 항아리를 생각한 것이다. 갑자기 통일이 다가오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통일항아리에 차곡차곡 돈을 모아 통일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류 장관은 항아리 아래쪽과 윗쪽을 합치면서 마치 남과 북이 하나가 돼 통일이 되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키고 완성된 항아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두 개가 이어진 이음매를 가리켜 'DMZ'라고도 했다.

2007년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따르면 2020년에 통일이 되는 것을 가정할 경우 분단비용은 1조4931억 달러, 통일비용은 9912억 달러로 분단비용이 훨씬 크다. 또 통일비용은 계속되지 않지만 분단비용은 분단이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누적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이후로 계속 뜬구름만 잡았던 논의는 통일항아리로 일단 ‘상징’에서 ‘현실’로 승화된 듯 하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관련법 통과 등 과제는 산적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만든 통일항아리 1호를 남북관계에 소홀했다고 평가받는 이명박 대통령의 5월 월급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통일비용을 모으고 있다던 민간단체나, 통일세 입법을 위해 항아리탈을 뒤집어쓰고 국회 앞에서 지난 겨울 1인시위를 벌여 주목을 받았던 시민이 1호 기부자가 된다면 통일항아리의 의미가 더욱 빛나지 않을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고,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다. 한국민들이 독일보다 통일을 잘하기 바란다”고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이 류 장관에게 귀뜸한 말을 분단 70년을 맞는 우리가 이번 통일항아리를 시작으로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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