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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해골이 그대로 드러나는 엑스레이 필름을 사용해 대형 수족관 작품을 만든 한기창 작가가 14일 사비나미술관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전생에 의사였을까?
그는 뼈조각, 해골이 그대로 드러난 '엑스레이 필름'을 사랑한다. 소장하고 있는 것만 5만개가 넘는다. 이번엔 수술용 의료도구까지 구했다.
오는 16일부터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아모르 파티(amor fati)'를 타이틀로 개인전을 여는 한기창 작가다.
작가는 이미 'X-선'작가로 미술시장에서 유명하다. 살을 통과한 뼈들의 존재만 각인시키는 엑스레이 필름은 그에겐 '밥'이다.
9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든 긴 투병생활에서 만나 엑스레이필름과 의료용 도구들은 한국화를 전공하던 그의 눈엔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더할수 없는 재료로 보였다.
그렇게 시작된 'X-선과 한국화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수프깡통'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앤디워홀도 무릎을 칠만한 재료였다.
알고보면 오싹한 작품은 의미를 더하면서 가치가 높아졌다. 그의 작품은 잊고 지내던 죽음에의 환기. 언젠가, 누구나 맞이할수 밖에 없는 '뼈 조각의 추억'을 재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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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무심코 작품앞에 섰다간 깜짝 놀란다. 다시마나 미역그림이 아니다. 가슴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
이번 전시는 '뼈'들이 더욱 강력해졌다. 알록달록 LED빛을 담아 화려하게 변신하는 작품앞에 무심코 섰다가는 깜짝 놀란다. 엑스선필름을 조각조각 해체해 붙였던 이전 작품과 달리, 드러난 뼈를 확대해 자연과, 세상 풍경과 합치했다.
그는 자신이 이번전시를 준비하면서 "왜 이 작업을 하게됐는지 생각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게됐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보는 의학서적을 구입해 공부하면서 "인간의 몸은 자연과 같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동안의 작업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었다면, 이번 전시를 치유를 넘어 온전히 자기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할수 있다.
전시장에 거대한 뼈들이 춤추는 듯한 2m,3m의 대형 수족관을 설치했다. 물고기가 노니는 수풀은 갈비뼈들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깊은 물속을 상징한은 검은 배경은 자연의 순환성과 치유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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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술용 도구들이 한가득 전시되어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2층 전시장엔 의료용 도구들이 떼로 놓여있다. 헉 섬뜩한 기분이 드는데 작품제목은 '지혜로운 죽음'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의료기기회사에서 어렵게 빌려온 진짜 수술용 도구들이다. 죽음을 치유하는 수술실이라는 공간을 상징함과 동시에 상처와 죽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지하에는 첫 선을 보이는 휠체어 설치작품도 있다. 은색으로 칠해진 휠체어 바퀴는 계속 돌아간다. 실제로 5년간 이 휠체어를 타다가 이 세상을 떠난 할머니것이라는 휠체어는 '돌고 도는 세상' 윤회설까지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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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창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설치작품. 은색으로 칠해진 휠체어 바퀴는 동력을 이용해 계속 돌아간다. 삶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이번 전시 주제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무슨뜻일까.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운명애라고 번역되지요. 니체에 의하면 운명은 필연적인 것으로 인간에게 닥쳐오지만, 이 운명의 필연성을 긍정하고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여 사랑할 수 있을때, 비로서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발휘할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시기간 죽음의 문턱에 갔다온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에 연관된 심리학적 의학적 관계를 풀어보는 세미나(6월1일)도 열린다. 전시는 6월29일까지.(02)736-0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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