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수장들이 직접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공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선 결과,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최지성 부회장은 지난해 초 아프리카 7개국을 방문한 후 “올해 매출을 2배 이상 늘리는 등 아프리카에 삼성의 푸른 깃발이 휘날리게 하겠다”며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 부회장은 올 상반기에도 아프리카 주요국을 순회하며 시장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직접 방문해 현지 상황을 점검하는 등 신흥시장 개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20일 관련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아시아(한국·중국 제외)·아프리카 지역 매출액은 41조8530억원으로 전년(33조9881억원)에 비해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Gfk집계)으로 삼성전자 평판TV는 아프리카 내 시장점유율 37%을 기록하며 1위를 자치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점유율도 각각 38.3%, 19.5%를 기록하며 선두자리에 올랐다.
LG전자도 지난해 아시아(한국·중국 제외)·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11조33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0조9267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는 같은 해 LG전자의 총 매출액 중 21%에 이른다. 지역별 매출 규모에서는 미주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010년 기준로 봤을 때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전체 매출액 중 아프리카 시장은 35%를 차지한다”며 “향후 아프리카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고려할 때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아프리카형’ 제품으로 승부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 같은 성과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양사는 현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등 아프리카 문화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케냐의 한 대학과 협력해 아프리카 연구개발(R&D)센터 1호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올 3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CTICC’에서 제3회 ‘아프리카포럼’을 개최하고, 아프리카만의 특성이 반영된 TV 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특히 불안정한 전력수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지 사정을 감안한 서지세이프(Surge Safe) TV는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도 지난 2010년 요르단 수도 암만 킹후세인 파크에 중동아프리카 지역 모바일 소프트웨어 R&D센터를 개소했다.
같은해에는 중동, 아프리카를 관할하는 중동·아프리카 지역대표 산하에 나이지리아·알제리·튀니지 3개국 법인을 신설, 아프리카 법인을 4개에서 7개로 늘렸다.
지난해 말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간 약 40만대 규모의 TV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TV 생산 핵심 기술 인력을 교육하기 위해 남아공 근로자 20여명을 선발, 국내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현지 전문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현지 냉장고 사용환경을 고려한 아프리카 지역 최초 ‘저전압 기동’ 기능을 적용한 냉장고를 출시하는 등 현지 맞춤형 상품을 출시한 결과, 지난해 아프리카 냉장고 시장점유율 18.6%를 차지하며 3위를 기록했다.
◆ 스포츠 마케팅·사회공헌활동으로 브랜드 이미지 고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속적인 스포츠 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으로 아프리카 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아프리카 축구연맹 후원을 통해 아프리카 최대 축구 경기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아프리카 U-20 챔피언십’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스포츠 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을 접목시킨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모로코·카메룬·수단·우간다 등 4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초청해 ‘LG컵 아프리카 2011’을 개최, 입장권 판매 수익금으로 현지 불우 어린이 의료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양사의 이 같은 노력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100(Top 100 Most Valued Brands in Africa)’ 가운데 각각 10위와 1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아프리카 시장은 2000년대 들어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마지막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원 수출이나 투자가 늘어나면서 아프리카 지역은 2001~2010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0%를 기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역시 2000년 750달러에서 지난해 1700달러로 늘었다. 경제성장으로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아프리카 민간소비도 2005~2010년 사이 69% 증가했다. 2010년에는 9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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