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와 은행권에서는 즉각 뱅크런 사태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으나 현지 신문인 엘 문도는 지난주 방키아에서 10억 유로의 예금이 인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은행업계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방키아 예금규모는 1120억 유로에 불과하다.
지난주 방키아의 주식은 한때 29%까지 폭락했으나 14% 떨어진 상태로 마감됐다. 지난해 7월 주당 3.75유로에 거래됐으나 18일(현지시간) 1.42유로에 거래됐으며 시장가치는 28억4000만 유로에 그쳤다. 애널리스트들은 방키아의 주식이 52%까지 하락하며 0.95유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그리스 은행의 예금자들은 지난 14, 15일 이틀 동안 무려 12억 유로를 인출했다. 지난 14일 하루에만 7억 유로가 인출됐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 이후 전체 예금의 30%가량에 해당하는 720억 유로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스 5대 은행에서만 지난해 370억 유로가 인출됐다.
그리스에 이은 스페인 은행의 움직임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지난해 유로존의 뱅크런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며 심각한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다. 벨기에 은행 2곳에서만 1200억 유로 이상 인출됐으며 이탈리아 은행도 300억 유로 이상 빠져나갔다. 프랑스의 크레디트 아그리콜과 BNP 파리바 등에서도 900억 유로 이상 인출됐으며 이에 따라 과다한 그리스 채권과 유동성 부족으로 고비를 겪었다.
유로존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대형은행으로 유입됐다. 영국의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은행에 1400억 유로 이상 예치됐다. 또한 당시 영국 바클레이스, 독일 도이체방크, 스위스 크레디트 스위스와 UBS, 러시아 스베르방크 및 VTB에도 많은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피치는 내달 그리스의 2차 총선 결과에 따라 유로존 전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을 조정하겠다고 경고했다. 토머스 밀러 인베스트먼트의 존 버어먼 수석투자책임자는 “우려되는 사안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아니라 그리스의 이탈이 가져올 도미노 효과”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의 뱅크런에 대해 잘못된 사실이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페르난도 히메네스 라토레 스페인 재무차관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방키아 뱅크런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방키아의 예금은 2주 전보다 현재가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호세 이나시오 고이리골자리 방키아 회장도 성명을 통해 “이달 방키아의 예금 이동이 평상시와 다름없었다”고 밝히고 “예금자들은 자금에 대해 충분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방키아의 지분 45%를 보유하며 사실상 국유화한다고 밝힌 지 2주 만의 일이다. 7개 저축은행을 합쳐 만든 방키아는 부실자산 규모가 10%를 넘어 380억 유로에 이르고 모기업 부실자산을 합치면 규모가 515억 유로에 달한다. 정부는 방키아의 부실이 증시 및 채권시장까지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국유화를 했으나 뱅크런 조짐까지 터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정부가 방키아의 부분 국유화에 대한 비용에 따른 불확실성도 남아있으며 이러한 우려가 예금 고객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디스가 스페인 은행 16곳의 신용등급을 1단계에서 3단계까지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스페인 정부가 부동산 위기와 함께 24%의 높은 실업률과 강력한 긴축재정 등으로 인해 은행에 대한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부동산 회사의 불량채권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보유자산의 질적 저하로 금융권이 취약해진 상태라고 부연했다. 무디스는 스페인 지방정부 4곳의 신용등급도 강등했다.
스페인 금융권이 지난 2008년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관련 부실채권의 급증으로 휘청거린 가운데, 지난 1분기 스페인 경제가 다시 침체상태로 들어서며 스페인 정부의 금융권 정상화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WSJ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면 스페인은 결국 구제금융에까지 손 벌리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