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사업 '적자' 철퇴 맞고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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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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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암DMC·인천타워·송도 동북아트레이드타워..사업 차질·중단·매각<br/>"부동산 시장 침체·사업성 감소 계획 조정 필요"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랜드마크(지역 대표 건물)를 꿈꾸며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던 초고층 빌딩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가 하면, 가까스로 추진이 되더라도 사업성 부족으로 층수를 대폭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준공 이후에도 임대나 매각이 잘 안돼 사업비 회수조차 힘든 빌딩들이 적지 않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4년 전 사업계획을 마련,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간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사업들이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허덕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 상암동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 랜드마크 빌딩' 사업시행사가 적자를 우려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133층, 640m로 건설해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당초 계획과 달리 층수를 70층까지 낮춰야 적자를 모면할 수 있다는 시행사 측의 입장이 갈등 양상으로 이어지다 결국 계약해지 수순을 밟게 됐다. 시행사 측은 이로 인해 1000억원의 손실만 본 채 사업을 접을 처지에 놓였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타워'(151층·587m)의 경우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008년 기공식까지 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공사가 중단되다시피 한 상태다. 현재 102층으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사비 적자를 모면하려면 100층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재개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현재 국내 최고층(68층·312m) 건물이자 송도 국제도시 랜드마크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준공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비 지급조차 어려워지자 시행사가 서둘러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이 빌딩은 자금이 없어 몇 차례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문제는 매각을 한다 해도 사업비를 모두 건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세계적 호텔그룹 스타우드캐피털과 시행사가 협상을 진행 중인 금액은 총 사업비 78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한 3530억원. 시행사 측은 송도 국제도시에 추진 중인 다른 사업장들까지 문제가 될 소지가 크자 서둘러 싼 가격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분양뿐 아니라 임대조차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 상승 등으로 공사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 사업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7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공사비가 일반건축에 비해 30% 이상 더 든다. 100층 이상의 경우는 여기에 30%가 추가된다.

실제로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알투코리아 조사를 보면 빌딩이 몰려 있는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 1분기 0.3%포인트 증가한 5.4%로, 지난해 3분기 이후 다시 늘고 있다.

송도를 포함한 인천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더 높은 6.5%에 이른다. 공급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시행사들은 임대료를 5%대에서 3%대로 낮추는 등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빈 사무실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태호 알투코리아 투자자문 이사는 “지금 진행 중인 국내 초고층빌딩 사업들은 대부분 글로벌시장이 호황기일 때 세워진 계획들로, 모두 완공된다면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며 “현 시장 상황과 향후 전망에 맞게 사업 계획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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