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체감경기개선 미흡, 주택거래 부진 등 경제활력 높아지지 않아 아쉬움
과도한 복지, 근로의욕 저하·재정건전성 훼손...미래세대 부담 전가
‘일하는 복지’ ‘맞춤형 복지’의 기조에서 복지로 일자리 늘리겠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지난 2일로 경제수장에 오른 지 1년을 맞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그의 앞에 놓인 하반기 경제상황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짙은 불확실성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기존 정부 경제전망을 수정하는 일이다. 정부가 그려놓은 올해 경제운용의 밑그림은 이미 현실과 동떨어진 모양이 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보이며 3.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으로서는 상저하저(上低下低)의 흐름이 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대외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만큼 재정부가 하반기에 펼칠 정책운용의 틀은 좁혀질 대로 좁아져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재정건전성 유지는 어느 경제팀을 막론하고 추구해야 할 과제이지만 박 장관은 한층 짐이 무겁다. 더군다나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적 재정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나라 곳간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물가안정 역시 그의 고민 중 하나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2%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채소 등 신선식품지수의 상승 폭이 높아서 소비자들이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환율과 유가, 전기료를 시작으로 줄줄이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도 하반기 물가를 위협하는 복병 중 하나이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박 장관을 만났다. 많은 경제현안 중 박 장관이 하반기에 경제정책의 중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궁금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더니 주저 없이 “서민생활 안정”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하반기 경제 운용의 중점은 어디에 둘건가.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 대비해, 우리경제가 대외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과 활력을 높이는데 노력하겠다.
먼저 국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내수를 활성화하고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
그 동안 쌓아온 방어벽과 향상된 기초체력에 힘입어 대외의 파고는 충분히 막아낼 자신이 있지만, 유럽재정위기 등 특이동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집중 모니터링체제’를 운영하면서, 현행 컨틴전시 플랜을 지속 점검하고, 필요시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현재 내부적으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하겠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환율, 국제유가, 공공요금 등 물가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유럽발 리스크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지만, 3개월 연속해 2% 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점차 안정돼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석유 제재에 따른 기름 값 인상 가능성, 여름철 집중호우·태풍 등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가격급등 우려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해 정부는 서민생활 밀접품목을 중심으로 정책역량을 집중해 선진형 물가안정기조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수혜품목의 거품 빼기, 알뜰주유소 확산을 위한 석유혼합 판매 활성화, 농협 유통사업 개혁, 농산물 계약재배 확대 등 비축기능 내실화, 공공서비스 원가절감 가속화, 가격 및 품질정보의 공개와 활용 확대 등을 꾸준히 추진하겠다.
-경제수장으로서 하반기 우리 경제를 전망한다면.
▲최근 산업활동을 보면 경기회복세가 다소 약화되고 유로존 재정문제가 재 부각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하반기 경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 대외 여건을 보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하기는 하지만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중국도 내수확대, 물가오름세 둔화에 따라 정책대응이 강화되면서 경착륙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국내 경기의 경우 올해 1~2월 반등이후 회복세가 다소 약화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 흐름을 유지하면서 바닥을 다져가는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그리스 정치적 불확실성, 스페인 금융 불안 등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는 양상이고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성장세도 둔화되는 추세에다 최근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하락한 유가도 이란 핵 제재의 본격화에 따라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하방위험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대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대응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취임 초부터 복지 포퓰리즘에 대항하는 300전사를 표방해 왔다. 스스로 성적을 매긴다면.
▲복지는 고용을 매개로 성장과 선순환 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하다. 과도한 복지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재정건전성을 훼손해 미래세대에 과다한 부담 전가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이에 취임 이후 그동안 복지 포퓰리즘에 대응해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으며,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 복지TF를 통해 당시 제기된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모두 수용할 경우의 재정소요를 추계해 발표했다.
이후 공약 논의에서 재원 검증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된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일은 선거 등 특정 시기에 일회적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일하는 복지’와 ‘맞춤형 복지’의 기조에서 복지가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한정된 재원으로 꼭 필요한 복지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확충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효과는 언제, 어느 정도 나타날 것으로 보나.
▲한·미 FTA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많은 품목의 관세가 낮아져 교역이 확대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선진제도 도입,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등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 8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0개 연구기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5.66%, 대(對)세계 무역수지는 연평균 27억7000만 달러가 증가하고, 일자리도 35만개 수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한·미 FTA는 유럽 위기로 인해 우리 경제의 대외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버팀목이자 돌파구가 되고 있다. FTA 발효 후 수혜품목의 수출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 수입제품의 가격도 상당히 낮아졌다. 투자 상담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한·미 FTA의 효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FTA활용지원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수출 증대, 투자유치 활성화, 산업 경쟁력 강화, 소비자후생 증가 등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각 부처와 관련기관, 국민들 모두가 힘을 모으고 착실히 노력해 나간다면 FTA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난 1년간 일자리창출과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고 매진한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우선 유럽발 재정위기와 고유가 등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지난 1년간 월 평균 44만명 규모로 일자리가 늘었으며, 지난해 7월 4.2%였던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2.5%로 크게 둔화됐다. 무엇보다도 소득분배상태가 꾸준히 개선된 점이 반갑다.
아울러 대외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3종세트 도입, 한중ㆍ한일 통화스왑 확대, 치앙마이 다자화 기금 확충 등 금융안전망이 크게 강화됐고, 경제영토 확장과 2013년 균형재정 목표 등 재정건전성 향상 노력은 신용등급 전망의 상향이라는 국제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경제위기로 인해 아직 서민들의 체감경기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았고, 주택거래부진 등 경제 활력이 높아지지 않아 아쉽다.
종합해보면 불확실성이 높은 대외여건에서 국민경제의 안정을 도모한 점은 성과라고 하겠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특성에 비추어 맞바람을 안고 뛰면서 기록을 세우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성장잠재력을 꾸준히 확충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겠다.
◇ 프로필
▲1955년 경남 마산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책학박사 ▲1979년 행정고시 23회 ▲1983년 감사원 부감사관 ▲1992년 재무부 행정사무관 ▲1994년 청와대 서기관 ▲1996~2004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2000년 성균관대 입학처장 ▲2000년 한국공공정책연구소장 ▲17대 국회의원 ▲2006년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2007년 대통령직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 ▲2008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ㆍ국정기획수석비서관 ▲2009년 청불회 회장 ▲2010년 고용노동부 장관 ▲現 기획재정부 장관
대담=이상준 경제부국장
정리=서영백 기자
사진=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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