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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에 괴로운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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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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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SC은행 40대 직원 자살…시중은행 6개월마다 실적 평가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김 대리, 6월말까지 얼마할 수 있어요?”

한 시중은행 A지점에서 근무중인 김 모씨(33·남)는 최근 ‘얼마 할래’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오전에 전화 회의(컨퍼런스 콜)를 통해 ‘얼마나 올릴 건지’ 실적을 얘기하고도, 오후에는 메신저를 통해 그날 하루의 실적을 보고한다. 김씨는 “실적 목표치를 100% 달성한다 해도 은행에서는 150%를 원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은행원들이 과도한 실적 압박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의 서울 모 지점장이 실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조모씨(49)는 지난 18일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조직 생활의 어려움을 유서에 토로한 후 자신의 아파트 16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실적으로 은행원이 자살한 사례가 발생한 것은 지난 1999년 10월 씨티은행의 한 지점장이 한강에 투신 자살한 이후 13년만이다.

SC은행은 올해 초부터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을 도입해, 직원들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경고나 견책, 감봉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2월 실적 평가 후 하위 등급인 4~5등급의 직원들 600여명이 경고장을 받았다.

이에 대해 SC은행 노동조합는 “지난해 노사 갈등 사안 중 하나였던 ‘후선발령제도’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노조는 “현재의 일터는 사지(死地)로 내모는 근로여건”이라며 “캠페인의 실적 맞추기, 모든 과목을 잘해야만 3등급 이상 평가받는 평가 시스템, 개인별 지점별 실적공개, 연속 5등급 평가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는 성과향상 프로그램 등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일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영업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6개월마다 실적을 평가한다. 전국을 기준으로 규모가 비슷한 영업점끼리 묶어 하나의 ‘군’을 만든 뒤, 여기에 속한 영업점들끼리 실적을 비교해 순위를 매긴다. 이 순위가 곧 지점장과 직원들의 순위가 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신설해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을 재교육했으나, 노조와 협의 끝에 이를 폐지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와 비슷한 ‘3진 아웃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폐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한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비공식적으로 개별 실적에 따른 상벌 제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상반기 실적에 대한 평가(KPI)가 진행중이다. 향후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실적 압박 스트레스는 배가 되고 있다.

한편 권현지 킹스칼리지 교수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원들은 평균적으로 주당 56시간으로 초과노동을 하고 있으며 전체 응답자들의 40%가 실적 압박 등의 과도한 성과 문화를 초과노동의 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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