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강제휴무 부당 판결 후 첫 주말 풍경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이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강동·송파구 소재 대형마트들은 당초 의무휴어일이었던 24일 영업을 실시했다. <사진=홍성환 기자>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강제휴무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있은 후 첫 주말, 대형마트에서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요일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반가움과 가족과 함께 주말을 즐길 수 없다는 아쉬움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개점 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던 지난 두 달 동안 재래시장으로 유입된 고객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24일 일요일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제히 점포 문을 열고 영업을 실시했다. 당초 이날은 의무휴업일로 점포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다.

강동구와 송파구는 매달 둘째,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 지난 4월 22일부터 관련 조례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이 대형마트와 SSM 업체 5곳이 "영업제한처분이 과도하며"며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업체들의 손을 들어주며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날 문을 연 대형마트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각 두 곳씩 총 6개다. SSM의 경우 롯데슈퍼 14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9개, 이마트에브리데이 4개다.

대체로 대형마트 직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강동구 소재 한 대형마트 의류 임대매장 직원은 "사실 대부분 매출이 주말에 발생하는데 일요일 영업이 가능해져 직원들 모두 다행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아쉬워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매장 직원은 "격주였지만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일요일 장사를 할 수 있어서 환영하는 사람과 반기지 않는 사람이 반반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들은 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열어 편리해졌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매장을 찾은 주부 김영숙씨는 "평일에 장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특히 일요일 아침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아 편했다"고 전했다.

함께 매장을 찾은 부부는 "토요일에 주로 마트를 방문해왔기 때문에 편리해졌다는 것은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당장 필요한 물품을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구입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 법원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대형마트 영업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이래저래 푸념을 늘어놓았다.

강동구 풍납시장의 한 소형마트 주인은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트가 문을 닫으면 백화점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장을 보면 되는데 굳이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확대하는 것이 이곳 상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재래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판결이 해당 조례의 적법성 여부가 아닌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만큼 영업시간 규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며 "구의회가 만든 조례를 적용할 때 이것이 꼭 필요한지 구청장이 판단할 기회를 줘야하는데, 조례는 이런 판단 기회와 재량권을 주지 않아 구청장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업체들에 미리 알리지 않았고 업체 의견도 받지 않아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동구와 송파구는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해당 지자체 측은 "영업제한 조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상황에서 뒤늦게 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