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아르봔드 자유지역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경기도의 K업체 박모(49) 대표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현실화되면서 관계기관에 통사정했다가 무성의한 대답만 돌아와 분통을 터뜨렸다.
박 대표는 “무능한 정부가 이란 사태를 악화시켜 놓고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방편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이 한국산 제품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으로 당장 대(對) 이란 수출 중소기업 2700여개사의 자금 경색이 우려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거래가 완전히 끊기면 손과 발이 꽁꽁 묶여 거리로 나앉을 판이기 때문이다.
27일 아흐마드 마수미파르 주한 이란 대사는 “최근 한국 정부의 유례없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결정으로 양국 관계의 손상을 막으려는 이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한국이 이번 조치를 실행하면 이란도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수미파르 대사가 한국이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상호주의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이 ‘대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한국 정부에 자국 원유를 계속 수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안을 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강한 배신감도 나타냈다.
이란과 교역하는 2900여개 국내 기업 중 2700여개가 중소기업. 전체 교역 기업 가운데 수출의존도가 50% 이상인 기업이 25%인 700여곳이다.
이란이 한국 제품 수입을 금지하면 원화결제시스템을 활용해 이란과 거래해온 국내 중소기업 2700여곳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정유사들은 이란 석유 수입대금으로 14조7000억원을 이 계좌에 입금했다. 수출 기업이 상품 판매대금으로 12조9000억원을 이미 지급받았기 때문에 계좌의 현재 잔고는 1조8000억원 정도.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은 2009년 40억 달러, 2010년 46억 달러, 2011년 60억 달러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정부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및 민간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갑작스런 수출 중단을 막고 이란과의 교역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수출자율관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이란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수출선 전환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버틸 수 있는 자금이 남아 있다지만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란과 거래하는 중소 수출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장기화되면 이란 수출기업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란 수출기업 10곳 중 6곳은 원화결제시스템 중단 때 아무런 대책이 없다(44.3%)거나 수출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17%)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기업은행도 별다른 방도가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선 정부의 방침이 정해져야 은행으로서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태”라며 “기업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사실상 계좌중단에 대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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