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이미지를 고수하던 백화점들도 1년 내내 '초특가'를 앞세운 대형마트식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정기세일 기간까지 늘렸다.
그나마 팔리는 것도 값싼 제품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부자들마저 소비를 줄이면서 백화점은 와인에 이어 명품까지 떨이 품목에 올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백화점 매출(기존점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던 것에 비하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심리지수(CSI)는 101로 전달보다 4포인트나 하락했다.
불황은 백화점의 마케팅 방식도 바꿨다. 고급화 전략만 추구하던 백화점들이 초특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대형마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급화를 추구하는 백화점 이미지 때문에 되도록이면 행사 마케팅을 자제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다 보니 초저가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기세일 기간 연장이라는 초강수도 두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업체들은 29일부터 한 달 동안 여름 정기세일을 진행한다. 지난해 여름 정기세일이 17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5일이나 늘어난 것이다. 행사 직전 일주일 동안 브랜드세일과 시즌오프를 실시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기세일 기간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백화점들은 올 봄에도 불황 여파로 봄 정기세일을 이례적으로 일주일가량 늦췄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실적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1년에 단 두 번만 진행하던 명품행사와 와인행사도 수시로 열고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고소득층마저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2월과 8월에만 진행하던 명품행사를 이번달에도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년에 단 두 번만 진행했던 '와인 창고 방출전'을 여름 세일에 맞춰 다시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역시 정기 세일에 맞춰 와인 박람회인 '월드 와인 페스트'를 연다.
소비자들이 값싼 상품만 찾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백화점들의 행사상품 매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행사상품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고, 롯데마트도 1분기 행사상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10.8%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에서 주로 이뤄지던 공동구매도 백화점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경기 위축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음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한 불황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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