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속속 기준금리를 낮추는 가운데 국제 정책공조를 위해 금리를 인하했지만 당장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전망에서도 당장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기보다는 경제주체 간 불안심리 확산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됐다. 당장은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도 하반기 전기요금 등 인상과 맞물릴 경우 부작용도 우려된다.
◆외국인 나흘새 1조 매물 폭탄
12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41.00포인트(2.24%) 하락한 1785.39를 기록했다. 장 막판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1800선 아래로 밀린 지수는 결국 전월 4일 1783.13 이후 최저치로 마감됐다. 옵션만기를 맞아 프로그램 매물이 5800억원을 넘어서며 막판에만 3400억원어치가 출회된 영향이 컸다.
외국인 또한 4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지속하며 2500억원어치 가까이 주식을 팔았다. 기관도 1300억원어치 이상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나흘 만에 팔아치운 주식은 9200억원을 상회하며 1조원에 육박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보합권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다가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되레 낙폭을 키웠다.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앞선 유로존 금리인하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 또한 통화정책상 여유가 있었던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미국이 3차 양적완화 발표를 앞둔 상황을 감안할 때 시기가 빨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미 금리를 낮출 시기를 놓친 한은이 대외 흐름에 밀려 뒤늦게 인하에 나서는 바람에 가계대출 증가나 물가상승 같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요인으로 봐서는 이달 금리인하에 나설 필요는 없었다"며 "정부가 경기부양 의지를 다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증시보다는 채권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전반 금리인하 효과 제한적
증시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도 금리인하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인하조치로 수출이 당장 늘어나기는 어려우며 내수 또한 고용 증가세 둔화와 불안심리 확산으로 위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증권주와 건설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반면 이날 두 업종 지수는 모두 1.3% 가까이 하락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보다는 유럽을 비롯한 해외 요인이 위험자산에 대한 판단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인하가 어떻게든 국내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을 보면 결국 금리인하는 시차를 두고 국내 경기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나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요인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시장 살리기엔 역부족"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다소 도움이 될 뿐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금리를 낮춘 것은 그만큼 국내외 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신규대출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기보다는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기존 대출자에 대한 상환 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반기 추가 금리인하나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가 이어진다면 부동산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연말까지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인하조치와 함께 세계 경제가 수습국면을 보인다면 기업이나 개인도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도 "이자는 부동산 투자에서 결국 비용인 만큼 이를 낮춘다는 것은 시장에 단비"라며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부동산 규제 완화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하락세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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