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 대기업들도 재무건전성 악화국면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잉여현금흐름 전망치 6개월새 ‘반 토막’15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치를 내놓은 98개 상장사 중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기준) 전망치는 18조4천458억원으로작년말 39조9천590억원보다 53.8% 급감했다.
이번 전망치는 1분기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기업 재무제표에서 잉여현금흐름이란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영업현금흐름과 투자활동에 소요되는 투자현금흐름을 합한 것이다.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드는 것은 영업현금흐름이 줄거나 투자현금흐름이 늘기 때문이다.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업으로 유입되는 자금보다 유출되는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주요 상장사들의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급감한 것은 대기업들의 현금 사정이 예상 외로 나빠진다는 전망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급감한 기업 중에는 국내 간판급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는 작년 말만 해도 1조6천141억원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 -1조5천830억원으로 추산됐다. LG디스플레이의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도 같은 기간 5천377억원에서 -1천631억원으로 급감했다.
주요 대기업들마저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빠르게 줄어든 데는 대기업들이 대내외 경기불안에도 투자 규모를 급격히 줄이지 않거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늘리는 반면에 실적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영업현금흐름이 줄어 잉여현금흐름의 감소로 이어진다.
한화증권 안성호 기업분석팀장은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감소한 것은 올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줄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작년 말만 해도 미국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유럽 재정위기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올해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 전망치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 경기 전망이 ‘상저하고(上低下高)’에서 ‘상저하저(上低下低)’로 수정되고 있어 실적 전망치는 하반기에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최근 201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대폭 낮춰 잡았다. 이는 이런 경기하강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하는 것은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들은 보유 중인 현금이 부족하면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12조2천917억원으로 전월보다 2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회사채 발행 절차가 까다로워진 탓에 지난 4∼5월 감소세를 보였지만 6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업들의 차입 규모가 늘면서 채무상환능력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이자보상배율은 4.3배로, 작년 동기의 5.6배보다 감소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진 것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그만큼 악화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는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채 금리는 올해 들어 떨어졌는데도 이자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따라 대내외 경기악화가 가속화되면 자금난에 빠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경제연구원 김성표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아직은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시화되면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우선적인 고통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들은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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