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견건설사 대표 K씨. 얼마 전 만난 그는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며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근 비수도권 지역의 분양시장이 호조를 띠면서 특정 지역에 '텃밭'을 보유한 지방 토박이 건설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북 익산시 기반 업체인 제일건설은 익산 배산지구에서 '배산지구 오투그란데'을 선보이며 선전했다. 총 739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지난달 29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첫 주말 1만 2000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등 지역에서 유례없는 분양 열기를 내뿜었다. 청약 경쟁률도 2순위에서 1.07대 1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제일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14위의 중견 건설사로 지난 25년간 회사를 힘겹게 유지해온 지역 대표 건설사다. 유동성 부족으로 2010년부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잠시 멈칫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주에서 분양했던 '하가지구 오투그란데'가 평균 경쟁률 6.1대 1, 계약률 100%를 달성하며 재기하는 모습이다.
대전·충남 건설계 맹주인 계룡건설산업도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에서 기록적 경쟁률을 거두며 지역민들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계룡건설은 지난달 12~14일 세종시 1-5권역 C3-2블록에서 세종시 첫 도시형 생활주택인 '세종시 계룡리슈빌 에스'의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결과 평균 52.8대 1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계룡건설은 수도권에서는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나 대전·충남 지역에서는 아파트 브랜드 '리슈빌'로 수많은 주택을 장기간 분양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시공순위도 20위로 코오롱글로벌(21위)과 현대엠코(22위)보다 위다. 수주에서도 턴키부문 전국 5위, 공공부문 전국 10위 등 성과가 좋다.
이밖에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화성산업(48위, 아파트 브랜드 '파크드림'), 부산·경남 기반의 아이에스동서(99위, '에일린의 뜰'), 광주·전남 기반 호반건설(49위, '호반베르디움'), 우미건설(56위, '우미린'), 모아주택산업(166위, '엘가') 등도 홈그라운드 시장에서의 분양 선전과 높은 인지도를 통해 회사의 역량을 착실하게 키우고 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지역 기반을 가진 탄탄한 전문 건설사들은 지역 수요자들에게는 대형사 못지 않은 신뢰를 받고 있다”며 “지역에서 쌓은 신뢰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좋은 성과를 많이 내겠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과거 지방의 건설사들은 지역 꼬리표를 떼고 전국구로의 이미지 형성 작업에 노력했지만 이제는 다르다”면서 “최근 들어 지방 부동산 상황이 좋아지자 이들 건설사의 신규 분양과 사업 확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