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시행 후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발행 금리와 시장 유통금리 간 괴리가 커지면서 각 증권사에 미매각 물량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 제도 시행 후 회사채 시장에서 입찰 시 증권사가 제시하는 희망 공모 금리 밴드가 대표 주간사 선정의 절대적 기준이 되자 각 증권사들은 기업의 입맛에 맞춰 희망 밴드 상단을 사실상 발행 금리로 보장하는 추세다. 이러한 이유로 발행 금리와 유통 금리 간 괴리가 커지며 각 증권사에는 미매각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채 수요예측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증권사가 떠안은 미매각 회사채 규모는 4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같은 기간 발간된 회사채 가운데 50%가 넘는 규모다. 기관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신용등급과 발행 회사채의 만기 등을 고려해 평가되는 일종의 시장금리컨센서스 ‘민평금리’를 밑도는 수준으로 수요예측 회사채 금리가 형성되자 수요예측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증권사가 미매각 회사채를 껴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관들이 시장에서 조절을 통한 가격이 아닌 수요예측에 따른 이상금리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 수요예측 불참을 선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매각 물량을 껴안은 증권사들은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미매각 회사채를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일단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채 발행 시장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전체 발행 규모는 12조29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4109억원)보다 1% 줄었다. 예탁원 관계자는 “수요예측제도 도입 후 발행회사와 투자자간 발행금리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며 회사채 발행이 원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현실과 괴리되는 회사채 수요예측 발행 의무화 제도에 대해 재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도입 후 일부 기관투자자만 참여해 수요예측으로 금리가 결정되며 과열 또는 낮은 관심으로 이상금리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고 있다”며 “시장 현실과 괴리 있는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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