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영 금융부 기자 |
한 보험사는 최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급조해 신문사와 방송사 등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 보험사 홍보팀은 보도자료 배포 전날 모 신문사의 비판성 기사 때문에 속앓이를 한 상태였다.
해당 신문사는 앞서 보험사가 연간 광고 금액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른바 ‘조지는 기사’로 광고주 길들이기에 나선 터였다.
50대 홍보팀장의 위장병을 악화시킨 문제의 기사는 이튿날 오전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 카테고리 상단을 장식하고 있었다.
회사 임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맞댄 홍보팀 직원들은 기사 출고 당일 치른 사내행사를 떠올렸다.
행사에 대한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하면 회사명 검색 시 문제의 기사가 뒤로 밀려날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통상 언론사가 기사를 포털사이트에 내보내면 출고 시기에 따라 최신순으로 검색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언론사가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면서 보험사의 위기탈출 전략은 과녁에 명중했다.
비단 보험사뿐 아니라 수년간 홍보 짬밥을 먹은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
종이신문이 사양산업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독자들의 새로운 구독처로 떠오른 포털사이트의 힘은 막강하다.
보험사에 쓴 맛을 보여주려던 신문사의 윽박은 포털사이트의 맹점을 활용한 잔꾀에 힘이 빠졌다.
악의적으로 비판성 기사를 생산한 신문사와 기사를 감추려 머리를 굴린 보험사의 인터넷전쟁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여전히 인쇄매체에 집착하는 신문사가 느릿느릿 걷는 사이 포털사이트는 언론시장을 잠식했고, 기업은 포털사이트의 머리 위를 유유히 날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