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삼성자산운용이 투자일임액을 81조원 이상으로 확대, 삼성생명치 연간 투자일임 한도액을 100%에 가깝게 수탁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3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일임액으로 업계 전체적으로 펀드 환매에 시름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자산운용 실적 방어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1년치 영업이익을 봐도 업계 1위업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30% 이상 늘었다.
21일 금융감독원ㆍ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측 투자일임액 및 공사모펀드 설정액을 합친 총계는 앞서 16일 현재 119조588억원으로 이 가운데 투자일임 물량만 전체 대비 68.33%에 해당하는 81조3477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말 72조3175억원 대비 8개월 남짓 만에 12% 이상 늘었다. 이에 비해 공사모펀드 설정액은 현재 37조7111억원으로 전체에서 30% 남짓에 머물렀다.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일임 수탁고 대부분을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을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설정한 올해 투자일임 한도만 81조8000억원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 측 투자일임액은 3대 운용사 가운데 나머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비해 최대 15배 이상 많다. 투자일임액이 공사모펀드 설정액보다 많은 것도 삼성자산운용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ㆍ한국투자신탁운용 투자일임액은 같은 시기 각각 14조4359억원, 5조3462원으로 집계됐다. 두 운용사만 봤을 때는 미래에셋생명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연간 10조원 한도로 투자를 일임,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인 반면 삼성자산운용ㆍ삼성생명 간 물량에 비하면 8분의 1도 안 됐다.
삼성자산운용은 2011회계연도 국내 매출 1310억원 가운데 13% 이상인 170억원을 삼성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여기서 삼성생명 1곳만 136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한국신탁운용은 계열사로부터 매출이 같은 기간 최대 2% 남짓에 머물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전체 매출 2329억원 가운데 2.40%에 해당하는 56억원을 미래에셋생명(33억원)이나 미래에셋증권(21억원)을 비롯한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한국신탁운용은 같은 기간 전체 매출 922억원 대비 1.56%에 해당하는 14억원이 계열사 물량이다. 한국저축은행 1곳이 13억원을 차지했다.
이런 내부거래 물량 차이는 3개사 실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서 3월 말로 끝난 2011회계연도 영업이익 795억원을 기록, 1년 만에 51%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같은 시기 영업이익이 494억원으로 1년 새 33% 넘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 경우에는 불황기에도 내부거래를 통해 견조한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실적 방어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이에 비해 다른 경쟁사는 시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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