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황인성 기자=KBS2 '각시탈'이 흥행 신화를 일궈냈다. 톱스타가 없는 이 드라마는 상투적이라고 일컫는 일제치하 시대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뤄 시청자를 사로 잡았다. 종영 2회를 앞둔 드라마는 기존 흥행 성공 신화를 뒤엎었다. 아직 스타라 하기엔 10% 모자른 주원과 박기웅 등 한류스타 한명없이 시청률 30일 방송에서 시청률 20.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제공)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성공 키워드를 세 가지로 알아봤다.
▲첫째 주원과 박기웅 주연을 비롯한 탄탄한 연기력
'각시탈'은 첫 회부터 산뜻하게 출발했다. 같은 시간대 경쟁작은 저마다 톱스타를 내세운 상황. 하지만 '각시탈'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이유는 바로 주연을 맡은 주원, 박기웅이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주연배우의 호연은 조연과 맞물러 시청자를 사로 잡았다. 강토 역을 맡은 주원은 민족 영웅 각시탈로 성장하는 모습을 패기넘치게 그려냈다. 액션연기는 덤이다. 주원은 탁월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대역없이 모든 액션씬을 소화했다. 덕분에 드라마의 사실감을 배가됐고, 시청률 상승의 근원이 됐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의 축 박기웅의 호연도 좋았다. 극중 일본에 혼을 판 순사 슌지로 분한 박기웅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릴 정도다"고 고백할 정도로 배역에 빠져 들었다. 날카롭고 야비한 슌지로 분하기 위해 박기웅은 폭염 속에서도 소금기가 있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날카로운 눈매와 턱선을 유지했다. 진세연, 한채아, 천호진, 전노민, 김응수, 안석환, 김정난, 반민정, 김명수, 김명곤 등 탄탄한 조연진의 열연도 드라마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둘째 한국형 히어로극의 탄생
원작 허영만 화백의 작품 '각시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80년대 내용을 2010년도에 맞게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독립군 이야기는 이제 진부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탄탄한 원작과 배우들이 호연으로 시청률이 상승하자, 각시탈은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마치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에 열광하던 초등학생들이 만화축제에서 각시탈을 코스프레하고 각시탈을 구입해 쓰는 등 영웅놀이가 유행이 됐다. 결국 할리우드 영웅들이 지배했던 영웅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한국형 히어로의 정착은 초반 우려와 달리 이제 중동과 동남아까지 드라마를 본 팬들이 SNS를 통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1대 각시탈을 맡은 신현준은 "동남아에 갔는데 각시탈을 쓰고 노는 외국아이들을 봤다. 드라마 파급력이 놀랐고 왠진 뿌듯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 재미를 넘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다.
'각시탈'은 일제 치하 시절 대항하는 우리 시대 영웅의 이야기다. 한반도 역사 중에 가장 암흑기였던 그 시절은 민족 선열이 독립을 위해 희생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화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광복절 태극기를 다는 집안이 이제 전국 어디에서도 드물 지경이다. '각시탈'은 잊지 않아야 하는 우리 선열의 희생 정신을 돌이켜 보게 했다. 이는 시청자에게 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데 큰 공을 세웠다. 실제로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과 SNS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감사합니다"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의견을 보였다.
'각시탈'은 드라마의 오락적 기능을 넘어 교훈과 감동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일제치하 시대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시 상황을 보며 울고 웃었다. 시청자와 소통을 이룬 '각시탈'은 시청률 20%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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