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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영화 '피에타' 저를 떠났다. 판단은 관객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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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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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황인성 기자=비주류·아웃사이더 김기덕 감독을 칭하는 말은 그다지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 외국 유학도 한번 가지 않은 그는 당당히 주류에서 성공했다. 지난 8일 열린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이다. 기존 한국 영화감독 중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김기덕 감독이 해냈다. 혹자는 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쾌거라고 하고, 당당한 비주류의 승리라고도 한다. 김기덕 감독은 모든 흥분과 감동을 버리고 담담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황금사자상을 들고 입성한 그는 쏟아지는 관심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그는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에 대해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그는 3대 영화제에서 인정받기까지 16년이 걸린 셈이다. 일부에서는 김기덕 감독에 대해 해외 영화제만 겨냥하는 작품을 만든다. 해외에서만 인기가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런 의견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밝혔다.

“영화 ‘피에타’마저 묻히면 한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다음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해외수상을 해야 그만한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도 적은 비용으로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국내시장에서 다른 영화와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죠.”

영화 ‘피에타’의 극장 개봉관은 황금사자상을 받기 전까지 약 150여개 관에서 상영됐다. 거대 기업이 배급망을 장악하면서 영화계는 흥행을 위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영화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자사투자사가 제작한 영화가 아닌 작품은 교차상영을 통해 교묘하게 흥행에 제동을 건다. 관객에게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영화 '피에타' 역시 암울한 현실을 피해갈 수 없었다.

“‘피에타’ 상영관이 늘어났지만, 중요한 것은 상영관이 아니라 횟수에요. 심야시간대나 아침에만 영화를 상영하고 중간 황금시간대는 자사에서 투자한 영화를 채우는 것은 영화계에 오래된 악행이죠. 제 영화는 관객 점유율이 40~60%를 차지하는데 다른 영화는 좌석 점유율이 15%미만이고 관객도 1000만이 넘었는데 아직도 계속 상영하고 있어요. 그게 도둑들 아닌가 싶습니다. 1대1로 싸워서 지면 승복하겠는데요. 편법 앞에서는 아무리 착한 저라도 화가 납니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관객에게 냉대를 받는 게 아닌 일부 거대자본의 편법 앞에 무너지는 게 얹잖은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베니스 영화제 당시 영화 ‘피에타’는 시사회를 가진 뒤 외신과 평단 그리고 관객에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더불어 황금사자상을 받은 뒤에는 감독과 주연배우 모두 현지에서 영웅이었다.

“제가 영화제를 많이 다녔지만, 기립박수를 받은 적은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시사회를 마치쳤을때 빼고는 없었어요. 이번에 베니스영화제에서 기자시사회가 끝나고 10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외신기사를 읽었는데 ‘산사태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고 표현했더군요. 반응이 워낙 좋아서 수상식에 참석해서는 혹 못 받으면 어떡하지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김기덕 감독은 황금사자상을 받고 모든 게 화제가 됐다. 그가 시상식에서 입었던 옷은 천연 염료로 물들인 수제품으로 상의가 150만원, 하의가 60만원에 달하는 고가다. 단추가 오른쪽에 달려있어 여성 옷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옷을 구입하게 된 과정도 밝혔다.

“영화 ‘피에타’를 위해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KBS2 ‘이야기쇼 두드림’ 녹화를 갈려고 집에 옷을 찾아보니 반바지에 티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인사동에 갔어요. 헤매다가 옷가게가 보여서 무작정 들어갔는데 옷 색깔이 좋아서 골랐습니다. 가격이 그렇게 비쌀 줄은 몰랐어요. 옷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 아주머니들이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100만원이 넘더군요. 근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사게 됐습니다. 칸영화제에서 입은 승복도 1년을 입었는데 , 세계 영화제에 참석하니까 이정도 옷을 산 것은 용서해주세요.”

김기덕 감독은 늘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조달해왔다. 영화 ‘섬’을 제작할 당시 메이저투자사에서 5억원을 받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는 해외판권 그리고 국내 개봉으로 인한 수익금을 통해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일부 감독들이 몇십억에서 몇백억의 제작비를 받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저도 해외에서 투자제안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면 그만큼 흥행도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자신이 없어요. 최근에도 중국거부가 투자를 제안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는 이재 자신의 손을 떠났다고 했다. 판단은 관중의 몫이라는 것이다. MBC 라디오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끝으로 그는 차기작을 위한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간다. 김기덕 감독에게 황금사자상은 목표가 아닌 작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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