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현안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대형사 사장들만 여의도로 불러 모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최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중소형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기획 담당 임원들을 잇달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최 수석부원장은 지난 21일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 상위 4개 손보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 손보사 기획 담당 임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개편안과 사실상 발표가 연기된 연금저축 컨슈머리포트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릴레이 증자의 단초가 된 위험 기준 자기자본(RBC)비율과 보험설계사 판매 수수료 문제도 도마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번 간담회는 시장의 목소리를 감독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중소형 손보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앞선 18일 최 수석부원장이 10여개 중소형 생보사 기획 담당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 수석부원장은 당시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 빅(Big)3 외에 중소형사 관계자들을 불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금감원이 중소형 보험사 임원들과 릴레이 회동에 나선 것은 같은 정책이라도 회사의 규모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왔다. 특히 권혁세 금감원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의 경우 각 대형사 사장들이 참석해 업계를 대변했다.
덩치가 다른 보험사에 똑같은 정책이나 제도를 적용하다 보니 중소형사들은 입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최 수석부원장의 연이은 간담회에 대해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중소형 보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통상 금감원장이 대형사 임원들을 만나면, 수석부원장이 중소형사 임원들을 만나는 것이 관례”라며 “대형사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경우 터져 나올 수 있는 불만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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