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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부산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 전경. /사진=박현주기자. |
부산=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아직 공사중인가?.
22일 개막한 2012 부산비엔날레 본 전시가 열리는 부산 시립미술관은 산만했다. 미술관 입구는 검정색 분진망이 길게 내려트린 외벽 가림막이 쳐져있다.
들어선 전시장도 마찬가지. 검정 고무가 카펫처럼 깔려진 바닥엔 신발더미가 군중처럼 퍼져있다. 전시장마다 건축 현장에서 쓰는 '아시바'가 가득한 이번 전시는 '공사판인지, 미술판'인지 구분이 모호할 정도다. 작품설치또한 계속 진행중이다. 무슨일이 벌어진걸까.
2년마다 열리는 부산비엔날레는 국내 현대미술계 최고의 축제의 장이다. 부산비엔날레는 광주, 상하이, 싱가포르 비엔날레와 함께 아시아 4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미술은 아직 어려운걸까. 부산은 '영화제'에만 집중된 분위기다.
지난 20-22일 방문한 부산비엔날레는 오는 10월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밀린듯 했다. 해운대는 이미 영화제 깃발이 휘날리고 현수막과 포스터가 진을 치고 있다. 택시운전기사는 "비엔날레가 아직도 열리나?"라고 되레 물었다. 비엔날레 깃발은 시립미술관근처에서나 만날수 있었다.
영화제(예산 180억)와 비엔날레(37억)는 예산면에서도 비교자체가 무리다. 해마다 증액되긴 했지만 뒤늦게 시작한 광주비엔날레(예산 90억원)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역사는 깊다. 1981년 부산청년비엔날레로 창립된 부산비엔날레는 2001년 비엔날레로 명칭변경후 2002년부터 시작, 올해 7회째를 맞았다. 45억원으로 치뤄진 2010년엔 55만명이 관람, 500억이상의 경제파급효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엔날레는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있다.
'소통'이 화두다. 2006년부터 6년째 연임하고 있는 이두식 운영위원장은 부산비엔날레의 새로운 10년을 위해 '현대미술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이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전시로 추진됐다. 부산시민들과 교감하고 함께 만들었다.
독일출신 로저 M. 뷔르겔 전시감독이 기획한 본 전시 '배움의 정원'은 쉽고도 어렵다. 이두식 운영위원장이 "이번 비엔날레는 선택과 모험이었다"고 밝힐정도로 '실험적'이다. '모호하고 난해한 과거 비엔날레 이미지'를 깨고 대중과 통할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22개국 107명의 작가가 385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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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M. 뷔르겔 전시감독은 "관습을 깼다"고 했다. 개막에 앞서 21일 기자들과 만난 뷔르겔 감독은 "사물이 좀더 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사슬'을 깨부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전시감독으로)"부산에 도착했을때 뭘해야 될지 몰랐다"며 "무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배움의 정원'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도 이때문이었다. '무지(無知)'에 대한 인식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올초 그는 배움위원회를 구성, 남녀노소 불문하고 부산사람들을 모집했다. 전시기획 과정에 참여하기위해서였다. 처음엔 327명의 지원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끝까지 남은 인원은 50여명. 감독은 물론 이들 또한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배움위원회 회원 박세희(고3)학생은 브뤼겔의 이야기에 설명하기를 자청했다. 그는 "(전시기획참여는)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아직도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에 사람들도 모여서 뭘해야 될지 몰랐어요. 무슨이야기라도 하라고 했죠. 감독님은 짬뽕이 되도 상관없다. 그게 곧 예술이다고 말했어요."
"이후 수십개의 소모임이 결성되고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작업을 함께 시작하고 지켜보게 됐다"는 그는 "미술관은 높은 사람만 가는 곳이고 비싼 곳이라는 이미지였는데 그게 깨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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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바로 만든 칸막이에 노원희작가의 회화를 걸었다./사진=박현주기자 |
'공사판 같은' 전시장도 배움위원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부산 도시풍경은 곳곳에 공사중인 건물들이나 공사장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니까 부산시립미술관을 마치 공사중인 건물처럼 보이게 하자"는 의견이었다. (미술관입구에 처진 검은 분진망도 최윤식 건축가의 작품이다.)
브뤼겔 감독은 "배우는 것은 비우는 것이고 선입견을 버리는게 배움"이라며 박제된 미술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배움의 정원'전에는 여타 비엔날레전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4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성효숙 노원희 김용익 김주현(한국), 아이웨이웨이(중국),다다수 다카미네(일본), 리드위엔 반 드 벤(네덜란드), 구톰 구톰스가르드(네덜란드) 등 작가들이 작품 200여점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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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성효숙의 '진혼'./사진=박현주기자 |
◆공사장 부산·삶과 노동 문제 집약
"예술작품은 사람뿐만 아니라 작품끼리도 소통한다"는 브뤼겔감독이 작품 존재에 포커스를 맞춘 이 전시는 부산의 도시성이 갖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준다.
노동문제와 산업사회의 허와실 정치성과 샤머니즘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 내용들은 배움위원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구체화된것이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200켤레 작업신발더미는 성효숙의 '진혼'이라는 작품. 공사 중 목숨을 잃거나 자살한 노동자들의 신발로 그들을 추모하는 작품으로 신발더미위에는 색깔 종이꽃이 곳곳에 놓여있다. 이방인인 브뤼겔 감독이 한국식당에서 만난 풍경이기도하다.
신발더미앞엔 거미줄처럼 얽힌 색색의 줄이 2층까지 연결된 작품이 있다. ‘공간 2012-리듬’이라는 전상철 작품은 조업에 사용하는 어망에 색색의 빛깔을 입혀 항구도시 부산이 가진 노동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줄을 잡아당겨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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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적인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레바 41'. 사천성 지진현장에서 주워온 진짜 철근과 복제한 철근 2개를 나란히 전시, 진짜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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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노동자들의 희생을 다룬 이네스 도우약의 '오뜨 꾸뛰르'. 사진=박현주기자 |
국내미술계에서 잊혀진 1980년대 민중작가인 노원희의 작품이 회고전형식으로 전시됐다. 노동자들과 일상의 모습이 무심하고 거칠게 그려진 작품은 건축 외벽에 친 아시바처럼 만들어진 공간에 걸었다.
중국출신 세계적인 설치작가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5월 사천성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으로 6만명이 죽은 현장에서 가져온 철근을 가져와 복제품 2개를 만들어 전시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며 분신한 전태일도 떠올리게 하는 섬유 설치작품도 있다. 이네스 도우약의 '오뜨 꾸뛰르'는 '불과 사슬'의 패천이 그려진 거대한 섬유를 전시하고, 그 천으로 만든 옷도 판매한다. 핵심은 '섬유노동자들'의 희생이다.
전직 대통령이 살았던 빌라의 리모델링 현장을 찾아 버려진 쓰레기들을 가져와 '오데사의 계단'을 만든 함경아. "한국 집은 뭐지?"라는 의문속 부산 좌천아파트를 보고 만든 메리 엘렌 캐롤의 NO 18, 나사로 쪼인 철지지대로 만든 분재(쉔 샤오밍)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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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현란함과 모던함으로 눈길을 끄는 노재운의 작품은 한국의 귀신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사진=박현주기자 |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흐르는 전통문화 샤머니즘, 무당과 귀신이야기도 있다. '대나무 숲의 유령들' 설치작을 전시한 노재운은 알록달록 반짝이는 거울의 반사효과를 귀신이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모진 스티드월시는 김해출신 무당을 만나 신내림 과정을 담은 비디오 영상도 선보인다. 온통 검은바닥에 하얀색 도자기로 만든 사슴뿔 50여개를 고정한 ‘자각의 시대에 대한 기념비’(태국 사카린 크루 온)의 작품은 환경문제를 담았다.
'규격화된 미술관의 전시'의 틀을 깬 이 전시는 '현대미술의 익숙함과 난해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면 '예술은 일상'이라는 것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화이트 큐브가 갖는 질서는 커녕 정해진 테마도 없다. 이야기와 이야기, 토론과 토론이 이어진 결과물이다. 미술관이 가진 공공기관으로서 중요성과 그 고유한 가치를 다시 생각케보게하는 전시다.
문제는 관객참여다. 부산시민들과 협업한 이 전시가 '현대미술의 진짜, 완전 대중화'를 실현한 비엔날레로 거듭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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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큐레이터 함선재는 광안리 미월드에 '통로- 이시대의 독창적 걸음'이라는 타이틀로 프랑스와 한국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비교전시했다. 사진은 손현수의 '캔디'작품./사진=박현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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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역에서 펼치는 모바일 뮤지엄전. |
◆신진 큐레이터 9명이 기획한 특별전등 다양
부대행사와 전시프로그램이 다향하다. 전시회 기간 패널 디스커션, 아티스트 토크, 큐레이터 토크, 아시아 비엔날레 포럼 등의 강연회와 학술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또 예술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내 20여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 페스티벌’도 펼쳐진다.전시장내에 미디어부스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투어도 할수 있다.
본 전시외에 광안리 미월드 부산 문예회관 부산진역등에서 공모로 선정된 신진 큐레이터 9명(김아람 김용민 김정은 백아영 송지민 하훈석 최지영 함선재 허나영)이 배움의 정원을 확장시킨 '특별전'(65팀 185점)도 펼친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관람료 일반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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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두식 위원장이 부산진역에서 펼치는 특별전 입구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시현수막은 이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작품인 흥과 신명있는 '축제'의 색으로 칠해졌다. /사진=박현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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