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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처럼 볼과 같은 벙커안에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잔디조각)는 치울 수 없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벙커에는 모래 외에도 여러가지가 들어 있을 수 있다.
벙커안에 있는 움직일 수 있는 인공장애물은 치울 수 있다. 병마개 비닐봉지 담배꽁초 고무래 등이 그런 예다.
그러나 볼과 함께 그 벙커에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는 치울 수 없다. 솔방울 돌멩이 낙엽 등이 그것이다. 돌멩이의 경우 부상위험이 크거나 그 코스 벙커에 많이 분포해 있을 땐 로컬룰로써 치울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치울 수 없다.
2006년 8월 미국LPGA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 14번홀에서 일.
미셸 위의 볼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벙커샷을 하려고 보니 볼 뒤에 이끼조각이 날아와 있었다. 미셸 위는 무심코 벙커샷을 했는데, 그만 백스윙도중 클럽헤드가 그 이끼조각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는 그런 행동이 규칙위반이라는 것을 라운드 후 알았으나, 경기위원은 가차없이 그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날아온 이끼조각은 루스 임페디먼트다.
미셸 위는 ‘스트로크하기 전에 볼과 함께 동일한 해저드에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를 접촉하거나 제거할 수 없다’는 규칙을 위반한 것. 백스윙은 스트로크 동작이 아니므로 벌타가 주어진다. 미셸 위는 그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며 순위가 밀려났다.
제이 하스는 미국PGA투어에서 9승을 거둔 뒤 2005년 챔피언스(시니어)투어에 들어와 10승 이상을 올리고 있는 ‘베테랑’ 선수다. 하스는 2009년 2월 챔피언스투어 에이스그룹클래식 1라운드 10번홀까지 버디만 5개 잡고 선두로 잘 나갔다. 그 때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대회에서 단 1승도 못 올린 하스는 ‘이번에는 뭔가 이룰 것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12번홀(파5)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볼이 해저드에 빠졌지만, 칠 수 있을 것같아 샷을 했는데 좀 이상했다. 백스윙 도중 클럽헤드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솔잎을 건드리고 만 것.
찜찜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던 하스는 13번홀에서 경기위원을 불러 얘기했고, 경기위원은 “해저드에서는 스트로크하기 전에 클럽헤드가 ‘루스 임페디먼트’(낙엽· 솔방울· 돌멩이 등)를 건드리면 안된다”며 2벌타를 부과했다. 5언더파가 졸지에 3언더파가 되면서 하스는 첫날 경기를 공동선두권에 1타 뒤진 3언더파 69타의 공동 3위로 마칠 수밖에 없었다.
하스는 상심했던지, 2라운드 들어서도 전반에만 41타를 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2벌타의 여진은 최종일까지 미쳤고, 그는 결국 3라운드합계 3오버파 219타의 공동 29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시 프로데뷔 35년째로 산전수전 다 겪었을법한 그였으나 기본적인 규칙을 간과함으로써 순식간에 우승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2009년 7월 열린 미국LPGA투어 에비앙마스터스. 미야자토 아이와 소피 구스타프손이 연장 승부를 펼쳤다. 연장 첫홀(파5)에서 미야자토의 두번째 샷이 그린주변 벙커에 빠졌는데, 그는 세 번째 샷을 하기 전에 벙커에서 돌멩이같은 것을 집어 밖으로 던졌다.
이를 본 국내 방송사 해설자가 “저러면 벌타인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튿날 한 독자한테서 메일로 질문이 들어왔다. “미야자토의 행동이 벌타감인지, 아닌지 알려달라”는 게 그 요지였다. 기자는 일단 “미야자토가 던진 것이 돌멩이인지 다른 것인지를 알아야 하고,그 대회에서 돌멩이를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로 간주하는 로컬룰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아야 한다. 미야자토에게 벌타가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벌타가 따르는 행동은 아닌 것같다”고 답해주었다.
나중에 그 대회에 출전했다가 돌아온 서희경에게 물어보니 “돌멩이를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로 간주하도록 하는 로컬룰이 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대한골프협회에 문의한 결과 영국에서 열리는 대부분 대회와 아시안투어에서도 그런 로컬룰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미야자토의 경우 로컬룰이 있었기 때문에 집어던진 것이 돌멩이라도 상관없다. <골프규칙 13-4, 24-1, 로컬룰A 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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