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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자들 포스터 |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장기밀매는 대단히 휘발성 강한 소재임에 분명하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나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에서도 장기밀매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공모자들만큼 장기밀매의 실상에 대해 적나라하게 렌즈를 들이대는 영화는 없었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실상 영화는 현실의 반도 투영하지 못한다. 오히려 현실이 더 영화적이다. 공모자들에서 참혹하게 보이는 장기밀매의 실상이 음습한 무저갱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이면의 깊이는 넓다.
이야기는 공해상에서 시작된다. 중국 웨이하이행 여객선에 오른 상호(최다니엘)와 아내 채희(정지윤)는 둘 만의 첫 여행으로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상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여객선 안에서 아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항공기안에서 아이가 사라지는 영화인 플라이트 플랜(조디 포스터 주연)처럼 도저히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 없는 공간에서 사람이 실종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밀실게임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영화 종반부에 와서야 범인이 드러나는 플라이트 플랜과 달리 이 영화는 아예 범인의 눈으로 긴박감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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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의 반도 투영하지 못한다. 사진은 공모자들의 한장면 |
이미 범인을 알고 시작하는 영화지만 그렇다고 서스펜스 장르적 미덕을 잃지 않는다. 남편 상호와 밀매총책인 영규(임창정)이 벌이는 추격전도 볼만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적 내러티브 구조도 완결성이 높다. 장기밀매라는 르포적인 요소를 영화속으로 편입시켜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한 일이다. 사실 장기밀매는 주류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았던 소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 영역에 갇혀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임창정의 연기 개안이 놀랍다. 임창정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을 틀을 부수고 다양한 장르영화를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결말이 너무나 선연하게 보이는 것이어서 후반에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황폐한 심성이나 그들의 삶의 편린을 더 촘촘하게 보여주었다면 더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영화는 아쉽게도 지옥 근처를 산책하다 돌아왔다. 진짜 지옥은 현실속에서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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