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부당내부거래 과징금 올려야"

-재벌 탐욕·횡포 드러낸 부당내부거래<br/>-공정거래법 개정…과징금 부과기준 20% 이상 상향해야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과징금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의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과징금 상향이 부당내부거래가 근절될 수 있다고 4일 논평했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신세계SVN과 조선호텔에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부당 지원 방식에 대해 신세계,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 등 총 40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신세계SVN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SVN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신세계그룹이 부당내부 지원을 일삼았다.

특히 지원 과정에서 정용진 그룹 부회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도 내부문건, 회의록 등을 통해 드러났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여동생 정유경씨가 대주주인 빵집에 부당지원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여동생을 향한 지극정성’이라는 핀잔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벌의 부당내부거래는 시장의 공정 경쟁 질서를 저해한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재벌들은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경쟁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고 이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벌의 이익을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물론 중소서민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횡포라고 경실련 측은 강조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규제가 마련돼 있지만 이를 적발해 제재를 부과하기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경실련은 “이번 과징금 부과는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한 것에 대한 첫 제재”라며 “그동안 법인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는 있었지만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재벌의 부당내부거래가 경영권 편법 승계로 악용되는 주주이익 침해에 대해서는 문제시했다.

재벌들은 작은 친인척 계열사를 만든 후 부당내부거래나 지원성 거래 등을 통해 단기간 대기업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지원 받은 계열사의 주가는 급등하고 친인척 주주들은 단시일에 엄청난 이익을 누린다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경실련은 “이는 다른 계열사의 소액 주주들에게로 가야할 이익을 편취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함은 물론 재벌 총수의 2세에 대한 편법 상속 또는 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키 위해서는 실질적인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부당내부거래 방지와 현행 낮은 과징금 부과기준을 20% 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감경조항 정비를 통해 감경사유의 남용을 줄이고 불공정 거래에 대한 직권조사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더욱더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의 실현이 필요하다”면서 “정치권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