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무뚝뚝하게) "니는 어떤데?"
남: (여자를 간절히 바라보며) "만나지 마까? 만나지 마라케라."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케이블 방송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배경이 부산이기 때문에 부산 사투리가 드라마 속 '표준어'로 통용된다. 특히 부산 사투리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특별히 남녀 주인공 및 조연들을 경상도 출신으로 뽑았다는 후문이다.
이 드라마가 케이블 방송이란 한계에도 6%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드라마=서울 표준어 중심'이란 공식을 깼기 때문이다.
기존 드라마 속에서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이 조폭인 상황이나 서울 사람이 어색하게 사투리를 구사하는 '척'을 하며 극중 흐름을 방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응답하라 1997'에선 서울 말씨를 사용하는 남자 주인공에게 '배신자'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부산을 '시골'이라고 비난하는 서울 사람에게 욕설을 하며 부산이란 지역적 특성을 드라마 속에 고스란히 반영한다. 결국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표현된 '반쪽짜리' 지역적 특성이 '한쪽짜리'로 표현되며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가져온 것이다.
지역적 특성의 '한쪽짜리' 신선함이 필요한 곳은 또 있다.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이다. 예를 들어 2014년 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대한주택보증 등 4개 금융권 공공기관이 부산광역시 문현지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로 이전한다. 이 가운데 몇몇 공공기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방 이전을 준비하며 굼뜬 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 중심축을 분산시키기 위한 공공기관 이전이 현실화된 바에야 의미 있는 이전이 이뤄지려면 '한쪽짜리' 이전의 신선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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