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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센치. 남궁진웅 기자 |
지난해 1집 노래 '아메리카노'로 온라인 음원 차트를 흔든 십센치는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그룹으로 당당히 흥행에 성공했다. 권정열, 윤철종으로 구성된 듀오 십센치는 재기발랄한 가사와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팬들을 사로 잡았다. '아메리카노'로 커피 광고 CF를 찍은 이들은 인디 음악계의 성공 신화로 자리 매김했다.
이번에 발매되는 2집 '2.0' 역시 지드래곤, 나얼, 가인, 에팍하이 등 쟁쟁한 톱가수 사이에서도 타이틀 곡 '파인 땡큐 유 앤 유?'가 멜론 음원 차트 3위, 네이버 뮤직에서는 1위부터 10위까지 전 수록곡이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약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카페 에반스에는 십센치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들로 가득 채워졌다. 십센치의 보컬 윤철종은 "기자 간담회가 처음이다. 데이브레이크의 베이스를 맡은 김선일이 디렉터로 참여했다. 십센치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 음원이 공개됐는데 에픽하이 때문에 1위를 못했다. 주식처럼 매일 음원사이트를 확인하는데, 호재가 없다. 핸드폰이 있으면 음원을 받아 줬으면 한다"고 농담을 던져 주변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십센치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상징같은 젬베를 버렸다. 이유는 홍대 인디씬에서 젬베 열풍이 불어 더이상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는데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철종은 "요즘 젬베는 길거리에 너무 흔하게 보인다. 원래 젬베도 잘 치지도 못하는 편이라, 이번 앨범에는 과감히 뺐다. 대신 금관악기인 트럼본,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를 녹음하는데 사용해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총 11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십센치의 음악이 한결 성숙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이들은 과거 재기발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게 매력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복고 사운드를 구현했으며, 가사도 한결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권정열은 "이번 앨범의 음악을 두고 제도권 음악같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우리는 제도권 음악이 뭔지도 만드는 방법도 모른다. 1집에 비해 가사의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대중들은 1집 가사 중에 '보일러가 고장나 운다'란 부분이 좋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가사가 직설적인 것 같아 부끄럽다. 그래서 이번 노래 가사는 좀더 여운이 있게 문학적으로 풀어 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도 돋보인다. 타이틀 곡 '파인 땡큐 유 엔드 유'는 60년대 비틀즈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30만원 대 저가 기타와 드럼, 그리고 빈티지 피아노를 사용했다. 십센치는 비틀즈의 명곡 '헤이 주드' '렛 잇 배' 같은 빈티지 사운드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십센치는 "복고풍 사운드가 유행이라 우리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장비까지 바꿔가며 시도했는데 대중은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다. 우리는 비틀즈의 음악을 모티프로 60년대 사운드를 구현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의 작별'은 가수 최백호을 생각하며 만든 성인가요다. 실제 한강에서 가사를 쓴 곡으로 십센치는 30대 이상의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만든 곡이라고 했다. 최백호에게 선물하려다가 곡 욕심에 자신들의 앨범에 수록한 곡으로 이제까지 십센치의 음악과 달리 인생의 진한 애환이 묻어난다.
인디씬답게 19금 노래 '오늘밤에' 십센치의 전매특허 야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스로 이 곡이 19금 타이틀곡이라고 한 십센치는 이번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음악색깔의 본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클린 버전을 따로 만들었지만, 가사 때문에 심의불가 판정을 받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십센치는 "일반 유명 가수처럼 19금 버전과 클린 버전 두 곡을 만들었다. 그런데 클린 버전 역시 가사 때문에 심의 불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심의 기준이 호텔은 되지만, 여관방이 안되는 이상한 잣대 때문에 가사를 쓰는게 머리가 아프다"고 꼬집기도 했다.
총 11곡이 담긴 이번 음악은 기존 작곡한 곡들이 아닌 십센치가 1년 5개월 동안의 작업을 거쳐 새로 만든 신곡들이다. 십센치는 3집을 바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많은 곡들을 만들었고 이를 가려내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십센치는 기존의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십센치는 10월 SBS '유앤아이', MBC '아름다운 콘서트', KBS2 '스케치북'에 출연하며, 페스티벌 GMF, 내년 2월 콘서트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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