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던 유통업계 오너 경영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해외출장을 핑계로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형마트 전문경영인(CEO)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증인석에 서는 것을 회피했다.
한데 이런 모습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머릿 속에는 시간만 지나면 그냥 넘어갈 것이란 생각이 깊숙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입으로는 선진 경영을 외치면서 행동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그러면서 뒤로는 "국회의원들이 업계 실정도 모르고 떠들어 댄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만 의식, 무조건 대기업을 때린다"고 하소연한다. 정작 자신들 억울함을 전달할 수 있는 국감 자리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참석을 꺼리면서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배짱영업' 중인 코스트코 대표가 오히려 당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프레스톤 드레이퍼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지난 15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 의무휴업일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모습이다. 당연한 것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참 이상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점은 배워야만 한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욕먹고, 억울한 점이 있다면 떳떳하게 서서 국회의원들에게 해명하면 된다. 당장 비난받는 게 두려워 피한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땐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들 유통업계 총수들을 오는 23일 진행되는 종합감사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날도 불참하면 청문회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장님들에게 한마디 말하고 싶다.
"무조건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랍니다. 떳떳하다면 말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