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에 비해 큰 福을 받은 선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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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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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생활 은퇴로 ‘골프인생 전반’ 마친 김미현…“아카데미 운영 통해 나를 능가하는 선수 배출할겁니다”

김미현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글쎄요.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은퇴 무대인만큼 팬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지요.”

미국LPGA투어의 한국골퍼 1세대 중 한 사람인 김미현(35· 혼마)이 19∼21일 스카이72GC에서 열리는 ‘하나·외환챔피언십’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88올림픽이 열린 1988년 그의 나이는 11세였다. 부산 충무초등학교 6학년이던 그는 큰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골프클럽을 잡았다. 1996년 프로가 돼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11승을 올린 후 1999년 미국LPGA투어로 진출했다. 상금으로 대회 출전 경비를 충당하고 중고밴을 타며 미국 전역을 누비던 그는 데뷔연도에 2승을 올리며 투어 신인상을 받았다. 그 후로도 불리한 체격조건을 딛고 미LPGA투어에서 8승을 거뒀다. 한국선수로는 박세리(25승) 신지애(9승) 다음으로 많은 우승이다. ‘땅콩’이라는 별칭이 딱 어울리는 성취였다.

그는 최근 3년간 고질적인 발목· 무릎 부상으로 고생하다가 올해초 수술을 받기도 했다. ‘골프 인생 전반’을 마친 그는 은퇴 후 골프아카데미에서 후진을 기르는 것으로 ‘인생 후반’을 열 계획이다. 그가 18일 기자들과 만나 25년간의 골프 인생을 정리했다. 문답으로 요약한다.

▶골프선수 생활 25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체격· 환경 등 내가 가진 것에 비해 복(福)을 많이 받았다. 후회없다.”

▶한국선수로서 미국LPGA투어에서 성공한 케이스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커트탈락했든 잘 했든, 대회마다 기억이 남는다. 부모님이 따라다니면서 좋아하신 모습에서 보람을 느겼다.”

▶힘든 일도 많았을 터인데.
“지난해에 발목과 무릎은 물론 온 몸이 아팠다. 그러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고 플레이했다. 그 탓인지 몸이 많이 망가졌다. 그것이 힘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6년 올랜도에서 열린 긴오픈에서 미국 투어 6승째를 거둔 일이다. 5승 후 무려 3년9개월만의 우승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나도 아주 많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이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미국에 진출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은.
“영어를 익히고 떠나라고 권장한다. 요즘 후배들은 영어를 잘 하지만…. 어차피 선수들 기량은 비슷하다. 우리 선수들이 달리는 것은 영어 구사 능력이다. 말이 안 통하니까 힘들뿐더라 규칙을 해석하는데 손해가 많다. 나도 초창기 도티 페퍼라는 선수와 싸우기까지 했다. 아시아 선수들이 백인 선수들 틈에서 잘 하는 것도 미움이 될 수 있다. 그런 때 영어를 유창히 할 수 있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보완할 점도 많을 터인데.
“2007년 샘그룹챔피언십 우승 때 미국에 토네이도가 닥쳐 큰 피해가 났다. 그 때 우승상금에서 10만달러를 떼어 피해자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그 후로 나를 보는 눈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 미국에서 상금을 타고, 미국에서 기회를 제공하므로 수입의 일부를 그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선활동이나 봉사, 기부에 적극적인 선수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은퇴 대회에서 만감이 교차할 듯 하다. 어떻게 임할 생각인가.
“눈물을 쏟을 지는 모르겠다. 은퇴 무대에서 뭘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는 갤러리나 팬들에게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다.”

▶한국 남자골프도 세계 톱랭킹에 오를 수 있다고 보는가.
“언젠가 그럴 날이 올 것으로 본다.”

▶2016년 올림픽에서 골프가 치러진다. 그 때 역할을 할 생각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코치나 감독으로 기꺼이 참여하겠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해주고싶은 말은.
“우리 아마추어들은 드라이버샷에 너무 연연하고 관심이 많다. 그 시간에 쇼트게임을 더 연습하라고 말하고 싶다. 쇼트게임이 뛰어나면 세컨드샷도 자신있게 할 수 있다.”

▶골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골프는 정삼각형(△)의 운동이다. 역삼각형(▽)이 되면 잘 할 수 없다. 요컨대 머리와 마음은 비우고, 하체는 견고하게 하라는 말이다. 생각이 적을 때 골프는 잘 되지만, 머리속이 복잡해질수록 골프는 안되는 스포츠다.”

▶팬들이 김 프로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김미현 골프월드’로 오면 된다.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에 있다. 제3경인고속도로를 거쳐 인천대교 쪽으로 접근하다 보면 초입의 우측에 대형 그물망이 보인다. 그 곳에 와 골프아카데미를 찾으면 된다.”

▶앞으로 꿈과 계획은.
“가족을 돌보고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아카데미는 막바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이 대회가 끝나면 본격 출범한다. 일만 아마추어들이 아니라,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친다. 김미현 이름을 걸고 김미현을 능가하는 선수들이 나올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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