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2라운드 18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하는 양용은.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한국남자골프의 ‘원투 펀치’ 최경주(42· SK텔레콤)와 양용은(40· KB금융그룹)이 ‘이름값’에 버금가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경주는 국내에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를 신설하고 각종 자선활동을 벌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양용은은 국내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후배들의 ‘규칙 위반’을 따끔하게 꼬집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오픈 2라운드가 열린 19일 우정힐스CC 15번홀(파4) 그린. 동반플레이어 박상현이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 ‘루틴’을 하던 중 퍼터헤드를 자신의 퍼트라인에 대지 않는가. 골프규칙(16조1항a)상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퍼트라인(볼∼홀에 이르는 선)에 터치해서는 안된다.
양용은은 홀아웃 후 박상현에게 “퍼트라인에 퍼터헤드를 놓는 것은 규칙 위반인 듯하므로 경기위원과 상의해보라”고 했다. 박상현은 경기위원을 불렀고 경기위원은 박상현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퍼트라인 중간에 서서 연습 스윙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퍼터헤드가 지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상현은 그 점을 간과한 듯하다.
양용은은 몇 년 전 신한동해오픈 때에는 배상문과 얼굴을 붉힌 적이 있다. 대회는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에서 열렸다. 전반 그늘집 다음 홀인 6번홀(파5)은 오른편에 대형 워터해저드가 자리잡고 있다. 배상문의 드라이버샷이 해저드에 들어갔는데 그 궤도가 문제였다. 양용은은 “똑바로 날아가 들어갔다”고 주장했고, 배상문은 “왼쪽으로 날아가다가 페이드성으로 굽어 해저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전자라면 1벌타 후 해저드 뒤편에 드롭해야 하고, 후자라면 볼이 들어간 지점 옆에 드롭하고 치면 된다. 양용은의 말을 따르면 배상문으로서는 불리한 셈이었다. 배상문은 결국 마커인 양용은의 주장을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일로 두 선수는 한동안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용은은 19일 한국오픈 2라운드를 마친 후 박상현의 퍼트라인 터치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내 대회는 규칙에 대해 관대한 편인 듯합니다. 그러나 미국PGA투어는 예외가 없습니다. 더욱 요즘에는 TV로 중계되므로 나중에 규칙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최종라운드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실격은 물론 ‘양심이 없다’는 평가까지 듣습니다. 나는 동반플레이어, 특히 후배들이 규칙을 어기면 예외없이 지적합니다. 당장은 상호 어색할 지 몰라도 멀리 보면 그 선수에게 약이 될 겁니다. 박상현 선수는 일본투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더 조심해야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 13번홀(파5)에서 일어난 일이다. 양용은의 볼이 그린앞 워터해저드 지역에 멈췄으나 칠만한 상황이었다. 그는 홀 위치를 보려고 해저드 언덕을 오르다가 그만 웨지로 지면을 짚었다고 한다. 그 사실이 꺼림칙해 내중에 경기위원한테 말을 했고, 스코어카드를 낸 후 경기위원과 함께 그 장소로 가 상황설명을 했다. 경기위원은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해저드 지면을 터치한 행위는 상관없다”고 말해 한숨을 돌렸다고 한다.
양용은같은 베테랑도 오해받을 일은 가능하면 피하고, 오해를 받을만한 상황이 있으면 반드시 확인하고 캐묻는다는 얘기다. 양용은처럼 후배나 동료들에게 쓴 소리를 하는 선수가 많아야 한국골프가 한단계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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