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대한항공 등 일부 기업은 환율이 하락할수록 순이익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돼 환율 변동에 따른 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 환율 어디까지 떨어지나
2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080~1090원대로 하락한 뒤 내년에는 1040~1050원대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환율이 1000원 안팎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내린 109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5일 1100원대가 붕괴된 이후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00원대가 깨진 만큼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앞으로의 지지선은 1095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이마저도 뚫리면 추가 매도에 따라 1080원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고려하면 올해보다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 원·달러 환율은 1000원 근처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수출기업 순익 감소 우려 증폭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우리투자증권이 발표한 ‘환율하락 민감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원·달러 환율이 1108원에서 1058원으로 50원 가량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올해 전망치인 21조6239억원보다 2조760억원(9.6%) 줄어들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도 순이익이 각각 6.0%, 7.5%, 3.0% 줄어들고 평화공정, 에스엘도 9.5%, 9.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0.5%, 2.7%, 1.2%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화학·정유 업종에서는 금호석유(-17.8%)와 SK이노베이션(-10.2%), LG화학(-8.1%), 카프로(-3.8%), KPX화인케미칼(-15.4%) 등이 환율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기업은 달러로 결제하는 매출액이 달러로 지급하는 원자재 비용보다 큰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환율이 하락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율 하락을 반기는 기업들도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50원 가량 떨어지면 올해 순이익 예상치가 4081억원에서 7641억원으로 82.8% 급증하게 된다. 같은 조건 하에서 아시아나의 순익 증가폭은 56% 정도로 추산된다.
항공사의 경우 수출기업과 반대로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비용이 달러 매출액보다 2배 가량 많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순이익이 3조5057억원인 포스코도 환율이 50원 하락하면 순이익이 18.9% 증가하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올 4분기와 내년까지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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